[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보도된 내용 대부분 사실이다.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너무 술을 급하게 마셔 만취 상태였다는 점이 후회된다. 그것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낙마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5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 제자 성희롱 논란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송옥렬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앞서 다수 매체는 송 후보자가 2014년 학생 100여명과의 술자리에서 여학생들의 외모 품평을 하고, 한 여학생을 가리키며 다른 남학생에게 "너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냐. 나는 안기고 싶은데"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송 후보자는 "다음 날 술을 깨고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고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학생들에게 사과를 진실 되게 했고 제가 너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여러 차례 사과했다.
그러면서 "그것 때문에 자격이 없다고 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이것 때문에 안된다고 하면 낙마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관련 사건에 대해 청와대는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송옥렬 후보자는 "위원장 제의를 받고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말씀을 드렸고 이 문제 때문에 어려울 수 있다는 말씀도 드렸다. 그때 사정을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이야기가 충분히 됐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02년 9월부터 2003년 2월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한 경력 등 이해충돌 소지 우려에 대해서는 "김앤장 경력은 6개월로 유학을 끝낸 뒤 서울대에 교수로 임용되기 직전까지 시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금호석유화학과 KB국민은행 등에서 사외이사로 있던 것과 관련해서도 "제가 일했던 기업들이 문제가 된다고 해도 엄정하게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첫째는 시장에서 일어나는 반칙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 두 번째는 이번 정부에서 강조하는 경쟁제한적 규제를 혁신하고 세 번째는 중소기업과 소비자라는 경제 약자로 분류되는 경제 주체에 대한 보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거래는 어느 정권에서든 시장경제를 위해 주춧돌처럼 삼아야 하는 것이고 특정한 정권이나 정책 방향에 따라 수정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며 "제가 공정위원장이 되면 공정위가 추진해 온 주요 정책 방향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에서의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가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의 신뢰라고 생각한다. 조사 대상인 기업으로부터의 신뢰, 사회 구성원으로부터의 신뢰가 있다. 조사 대상과 관련해서는 조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조사권이 남용되는 식의 문제 제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조사의 절차적 정당성, 업체의 방어권 확보 등을 조금 더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신뢰 핵심은 규제의 설득력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위의 규제가 근거가 없거나 사람들의 생각과 반대라면 신뢰가 떨어질 것이다. 규제가 여럿인데 대부분 재벌그룹이나 대기업, 기득권을 가진 경제주체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개선하면서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동일인을 판단할 때 친족 범위가 너무 확대돼 있어서 그 부분을 현실에 맞게 바꾼다거나 기업결합신고를 할 때 면제되는 범위를 넓히는 식의 내용은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만큼 그런 부분을 좀 더 검토해서 개선해 볼 생각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자율규제 방향으로 바뀌는 등 동력을 잃은 것으로 평가받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관해서는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구글, 애플 등 글로벌한 힘을 가진 경제주체의 문제가 있다"며 "국회 논의 방향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물가 급등과 관련한 공정위의 역할에 대한 질문에는 "공정위는 물가를 잡는 기관은 아니지만 공정위의 법적 틀 안에서 문제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5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 제자 성희롱 논란과 관련해 "자격이 없다고 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낙마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송 후보자 모습. (사진=뉴시스)
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