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무역상대국들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 증가할 경우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4% 오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수입 광산품 가격상승률의 임계치를 1.3%로 기준할 때 임계치를 넘어서면 소비자물가에 큰 타격을 준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지난 5월 수입물가 광산품 상승률은 7.1%로 임계치인 1.3%를 넘어선 바 있다. 당시 광산품 상승률 임계치를 넘어서면서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전가율은 5%를 기록했다.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5%포인트를 더 밀어 올렸다.
1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공개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국내 전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37개 무역상대국들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1%포인트씩 동시에 증가할 경우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4%p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0년 7월 이전 수입물가 광산품 상승률이 1%포인트 증가하면 생산자물가 공산품 상승률은 0.11%포인트, 8월 이후 공산품 상승률은 0.13%포인트 증가했다.
KIEP 측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바탕으로 임계치를 추산한 결과를 보면, 수입 광산품 가격상승률이 임계치인 1.3% 이상이면 소비자물가에 전가되는 효과가 증대된다는 논리다. 전월 수입물가 중 광산품 상승률이 1.3%보다 작은 경우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전가율은 3%, 임계치 1.3%보다 크면 전가율은 5%다.
수입물가 중 광산품 상승률의 임계치 1.3%를 기준으로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광산품의 전가율이 유의미하게 변한다는 얘기다.
무역상대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교역가중치로 합산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37개 무역상대국의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특정 분기에 이전 분기 대비 1%포인트씩 동시에 증가하면 같은 분기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24%포인트 증가했다.
KIEP는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수입 상위 9개 국가(중국, 미국, 일본, 호주, 독일, 러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가 총 수입액의 80%를 차지한다"며 "이 국가들의 생산자물가 및 수출물가 동향을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해외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내 인플레이션 위험 파악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021년 이후 G20(주요 20개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평균 5.3%씩 올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평균 상승률은 2.73%였다. 특히 미국과 유로 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5월 기준 각 8.6%, 8.1%를 기록했다.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에서도 10% 이상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관측됐다.
우리나라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05%로 집계되는 등 외환위기 이후 23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KIEP 측은 "인플레이션 압력은 에너지 및 식료품에 국한되지 않고 근원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이는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2022년 5월 G7(주요 7개국) 평균 근원 인플레이션의 기여도는 전체 물가상승의 약 46%로 추산되고 미국과 영국은 60% 내외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근원 품목은 에너지와 식료품처럼 변동성이 높은 상품이 아닌 품목을 칭한다.
국내 물가는 수입물가에서 생산자물가로 또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가된다. 수입물가 품목 중 공산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가장 크고 전체 수입물가지수 상승에 가장 많이 영향 받는 품목은 농산물 및 석유류와 공업제품이다.
수입물가 상승을 주도한 광산품 품목이 소비자물가 품목 중 공업제품으로 전가되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국내 근원물가 상승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백예인 국제거시금융실 국제거시팀 부연구위원은 "팬데믹 당시 불거진 글로벌 수급 불균형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주요국의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뿐만 아니라 근원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자재 중심의 수입물가 상승 전가 효과가 국내 근원물가 상승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물가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3일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국내 전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주요국의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뿐만 아니라 근원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