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 줄이니…안전사고 ‘반의 반’

국공립·서울형어린이집 0세·3세반 160곳 시범사업 1년
0세반 월평균 안전사고 3.82→0.92건…4분의 1로 줄어
교사 초과근무 줄고 근무여건 개선…부모 신뢰도 높아져

입력 : 2022-07-21 오전 11:39:45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1인당 아동 수를 줄인 결과 안전사고가 대폭 줄고, 교사 근무여건 개선에 부모 신뢰도까지 상승하는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시는 보육 중장기 마스터플랜의 핵심정책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지난해 7월부터 1년여간 국공립과 서울형어린이집 160곳에 어린이집 교사 대 아동비율 축소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시범사업은 밀착 돌봄이 필요한 생후 24개월 미만인 0세반과 밀집도가 급증되는 3세반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된 보육교사 인건비 전액을 서울시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교사 1명당 아동 수를 0세반은 3명에서 2명으로, 3세반은 15명에서 10명 이하로 축소한 후 효과를 분석했다.
 
서울시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보육교사 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영유아의 요구에 대한 대응속도가 빨라짐’을 시범사업의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담당 영유아가 감소하면서 관찰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영유아에 대한 파악이 빨라지고, 개별화된 요구에 더 민감하게 대응한 결과다.
 
보육교사들의 직무스트레스 및 신체 피로도, 근무시간 감소 등 근무여건 개선은 물론 동료교사와의 협력시간도 증가했다. 보육교사 직무스트레스는 0세반에선 3.25점에서 2.69점(5점 만점)으로, 3세반에선 3.87점에서 2.77점으로 줄었다.
 
보육교사 신체 피로도도 0세반은 3.76점에서 2.8점으로, 3세반도 4.13점에서 3.03점으로 낮아졌다. 동료 교사와의 평균 협력시간은 0세반 73.6분에서 92분, 3세반 86.5분에서 92.3분으로 늘었다.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연차휴가에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고, 교사 부재에 대한 걱정을 덜고 행정업무의 어려움도 줄어드는 점 등 근무여건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육교사들의 초과근무가 줄어들고, 공백 대체를 위한 대체교사 및 일용직 인건비 지출이 줄어드는 변화도 관찰됐다.
 
특히, 시범사업 결과 영유아의 안전사고 발생건수가 시범사업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어린이집 96곳의 안전사고 발생빈도를 조사한 결과, 시범사업 전 월평균 2.94건에서 시범사업 후 0.71건으로, 0세반과 3세반 평균 7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0세반은 월평균 3.82건에서 0.92건으로 4분의 1로 줄었으며, 3세반은 1.7건에서 0.38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교사들이 담당하는 영유아가 감소하면서 관찰 시간이 증가하고, 사각지대가 감소하기 때문에 안전사고에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부모들의 만족도도 눈에 띄게 변화했다. 보육서비스 질 전체 만족도 평균 점수는 4.23점에서 4.49점으로 늘었으며, ‘담임교사와의 소통’을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부모들은 자녀에 대해 상담에 있어 양과 질이 향상되고 보육 프로그램이 다양해진 점에서 만족감을 표했다.
 
0세반의 한 부모는 “아이들은 기어다니거나 누워만 있고, 걷기도 시작해 선생님이 다 맡기 어려운데 발달 정도에 맞춰 분담이 되는 부분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3세반의 다른 부모는 “둘째 하원할 때 선생님이 첫째 때처럼 인사만 하지 않고 오늘 하루는 어떻더라고 얘기를 해주니,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길게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서울시는 내년에는 자치구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 대상 확대를 추진할 예정이며, 중앙정부에 보육교직원 배치기준 완화 및 보육아동 1인당 면적기준 개선, 사업비 국비 지원 등 제도 개선을 건의할 계획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교사 1인당 아동비율 축소는 보육현장에서 개선을 요구하는 최우선 정책”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입증된 효과를 중앙정부와도 공유해 전국 확산을 위해서도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1월2일 서울 영등포구 늘해랑어린이집에서 원아들이 놀이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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