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코스피가 미·중 갈등 우려를 소화하며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무력 충돌로까지 이어지진 않을 거란 안도에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경제적 제재 및 보복조치에 따른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며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1.83포인트(0.89%) 오른 2461.45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약세로 출발해 오전 중 2433포인트(p)까지 내려갔지만 미중 갈등이 완화되면서 반등에 성공했다.
미중 갈등이 다소 완화되면서 아시아 증시 전반에 외국인들의 반발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홀로 4733억원을 순매수했으며 기관과 개인은 각각 1447억원, 3320억원을 팔았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나, 군사 무력 충돌까진 가지 않을 거란 전망이 투심을 달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군사훈련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뒤 4일부터 진행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미중 갈등 격화 이슈 소화하며 금융시장에서는 단기 변동성 확대 요인에 그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식품주 강세 '반사이익 기대'…반도체는 불확실성 커져
대만에 대한 중국의 1차적인 보복 형태가 군사적인 형태 대신 2000여 품목에 대한 수입 중단 조치로 이어졌는데, 해산물과 식용유, 비스킷, 케이크, 인스턴트 국수 등 식료품이 다수 포함되면서 국내 음식료품 기업의 반사수혜 기대감이 반영됐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의 다음달 통과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법안에서 한국 배터리의 가장 큰 경쟁자인 중국 CATL과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CATL은 이날 북미 공장 투자 발표를 보류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통과 예상에 따른 국내 2차전지 수혜 기대감이 반영되며 2차전지주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의 중국 견제가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겐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가 확산되면 당장 중국에 있는 공장의 증설과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다"며 "한국 업체도 예외가 아니"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안 낸드공장은 삼성 생산능력(CAPA)의 40%를 차지하며, SK하이닉스의 우시 디램(D램) 공장과 따롄 낸드 공장 역시 SK하이닉스 디램과 낸드(NAND) CAPA의 50, 30%씩 차지한다. 또한 그는 "장비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한국에서 중국으로 기술 수출을 해야 하고 미국의 승인이 필요한데, 승인이 안되거나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반등세 '변수'되나…"직접적 충격은 제한적"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7월부터 불어온 국내 증시 훈풍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7월 코스피는 물가 안정 기대감 등에 힘입어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올랐으나 미중 갈등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낮게 보며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중국은 대만 주변에 대한 군사적 위기감 조성 및 부분 경제제재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단, 실물경기나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걱정했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무력통일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전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실질적인 무력충돌 발생이 아니면 하루이틀로 그칠 영향이겠지만, 한차원 높아진 긴장관계는 지속적으로 주식시장 할인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21.83포인트(0.89%) 오른 2,461.45로 장을 마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