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이동량 증가 등 여파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5만명을 넘어서면서 방역당국이 예측한 정점 규모에 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이에 더해 휴가철을 지나 다시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데 정부의 ‘표적방역’은 실체도, 성과도 애매모호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앞서 정부는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곳에 방역을 집중하겠다는 ‘표적방역’을 새 방역 대책으로 제시한 바 있다. ‘과학방역’과 ‘자율방역’을 지나 관리 대상을 표적화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표적방역의 실체는 기존 방역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50대 치명률이 0.04%로 40대보다 높아 4차 접종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 표적방역의 일환이라는 게 정부 측의 입장이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만큼, 앞선 대책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성적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증·사망 등 치명률을 낮추겠다는 게 핵심인데, 여전히 고령층 등 고위험군이 가장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10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병원에 입원한 위중증 환자는 402명, 사망자는 50명이다. 위중증자 중 85.3%인 343명이 60세 이상, 사망자 중에서는 92.0%(46명)이 60세 이상이다.
고위험군이 중증·사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높았다. 더 큰 문제는 중증·사망자가 확진자 증가에 더불어 급격히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위중증 환자는 7월 4주에도 200명대를 유지하는 등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주에는 300명대로 올라섰고 결국 400명을 넘어섰다.
20명 안팎을 유지하던 하루 사망자도 30~40명을 넘나들다 다시 50명까지 불어났다. 다만 확진자 대비 사망자를 뜻하는 치명률은 0.12%로 줄었는데, 이는 확진자 수가 급격히 불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급격한 재유행이 코로나에 따른 위험을 부풀리는 모양새다. 치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백신접종을 독려할 것이 아니라 확산 억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당초 요양병원 등 고위험시설을 집중 관리해 온 조치와 표적방역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별다른 고민 없이 구호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아울러 기존 집중 관리 대책마저 허술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관리 자문위원장은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가 감염취약시설 관리를 위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좀 부족한 점이 있다”며 “시설마다 지정된 감염병관리자에 대한 교육이수율은 불과 17.3%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행 정점을 15만명 내외에서 다시 20만명가량으로 상향 조정한 상황에서 확산세마저 빨라져 확실한 방역대책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정말 ‘표적’ 방역이라면 적어도 고위험군에 대한 대책을 백신과 치료제에만 맡기지 말아야 한다.
일상회복을 위해 거리두기 등 억제 대책을 배제하더라도, 밀집도 조정 등 기본적인 수칙은 적용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백신 접종 효과를 강조하기 전에 실질적인 방역 대책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종서 경제부 기자 guse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