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대법원이 강제동원 배상을 거부한 일본 전범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최종 판단을 미뤘다. 조만간 정식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법원이 판단을 미룬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미쓰비시 측이 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에 불복해 재항고한 사건과 관련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 기한인 19일까지 결정을 내놓지 않았다. 심리불속행 여부를 판단하는 기한인 4개월이 지나 재판부는 사실상 본안심리를 통해 판결을 선고하게 됐다.
대법원 3부에 배당된 재항고 사건은 강제동원 피해자 김성주 할머니가 당사자인 소송으로, 지난 4월19일 대법원에 소송 기록이 접수됐다. 미쓰비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판결이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뒤에도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2019년 미쓰비시가 보유한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강제 절차를 결정했고, 미쓰비시는 압류 명령에 불복해 지난해 항고했으나 기각 결정이 확정됐다.
이에 대전지법은 작년 9월 김성주·양금덕 할머니에게 지급할 5억여원 상당의 특허권·상표권 매각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쓰비시는 매각 명령에 불복해 항고했고 사건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일본 기업이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의 강제 집행 문제이며 그 결과에 따른 외교적 파장이 큰 만큼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 결정에 있어 대법원의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윤석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와 외교부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에도 무게가 실린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6일 대법원에 의견서를 냈다. 외교부는 의견서를 통해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외교적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사실상 대법원에 판단을 미뤄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
매각 명령에 앞서 이미 지난해 대법원에서 미쓰비시 재산에 대한 압류조처가 확정된 만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 다만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아무런 설명 없이 종결하긴 어려웠을 대법원이 향후 결정문에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 사건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법원도 일본과의 외교관계, 외교부의 요청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다만 재항고 기각 결정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이 다음 달 4일 퇴임할 예정인 만큼 늦어도 8월 중에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11일 오후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재항고심 사건의 대한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