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달 거주자 외화예금이 33억2000만 달러(한화 4조4400억원 규모)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지난달 연고점을 경신하며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달러 매도 시기를 늦춘데 따른 결과다.
실제로 이달에도 원·달러 환율이 1330원 선을 돌파하며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어 기업들의 달러 보유 현상도 더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개인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 실현으로 달러를 매도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7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33억2000만 달러 증가한 903억8000만 달러(한화 122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거주자 외화예금이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뜻한다.
통화별로는 미 달러화 예금이 764억7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28억6000만 달러 늘었다. 기업이 759억 달러로 전월보다 33억3000만 달러 증가했고, 개인은 144억8000만 달러로 1000만 달러 줄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전체 달러 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로 나타났다.
이 같은 외화예금 감소에는 원·달러 환율 상승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하며 1300원대를 지속하면서 기업들이 달러를 팔지 않고 해외직접투자 자금을 일시 예치했기 때문이다.
신재혁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팀장은 "지난달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수출 기업 등 달러를 대량 보유한 거주자들이 환율 추가 상승 기대에 대금을 바로 환전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예치하며 달러화 예금이 증가했다"며 "반면 개인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이익 실현으로 달러를 팔았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기준 1307.5원으로 전월 1280.8원보다 26.6원 올랐다. 특히 지난달 15일에는 장중 1326.7원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상승세가 좀처럼 멈추고 있지 않아서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9.6원 오른 달러당 1335.5원에 개장하는 등 13년 4개월 만에 1330원 선을 돌파했다.
유로화 예금은 일부 기업의 용역거래 대금 예치와 일부 증권사의 해외 파생거래 관련 증거금 회수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유로화 예금은 전월 대비 5억7000만 달러 증가한 52억 달러를 나타냈다. 엔화 예금은 같은 기간 5000만 달러 줄어든 54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위안화 예금은 16억6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3000만 달러 늘었다. 영국 파운드화, 호주 달러화 등 기타통화 예금은 전월 대비 9000만 달러 떨어진 15억7000만 달러로 파악됐다.
은행별로는 국내은행(815억9000만 달러)은 24억4000만 달러 증가했고 외은지점(87억9000만 달러)은 8억8000만 달러 늘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7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33억2000만 달러 증가한 903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 관계자가 달러화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