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비율이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대외지급능력과 외채 건전성 지표가 나빠진 탓이다.
다만 한국은행은 단기외채비율이 70%에 달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 비해 낮고 대외 신인도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41.9%로 전 분기 대비 3.7%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12년 2분기 45.6%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단기외채비율은 대외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또 외채 건전성을 뜻하는 대외채무(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7.8%로 전 분기(26.7%)보다 1%포인트 올랐다. 지표가 낮을수록 안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단기외채비율이 상승한 것은 환율 급등으로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환율 방어에 나섰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4월 -85억1000만 달러, 5월 -15억9000만 달러, 6월 -94억3000만 달러 등 2분기에 195억3000만 달러 감소한 바 있다. 게다가 단기외채가 89억 달러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유복근 한은 국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 팀장은 "단기외채비율 증가는 미 달러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이 감소했고 단기외채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며 "하지만 단기외채비율이 70%에 달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또 대외 지급 여력도 여전히 양호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6620억 달러로 전 분기 말보다 79억 달러 증가했다. 이는 통계 편제 이래 최대치다. 다만 증가폭은 전 분기(217억 달러)보다 축소됐다.
대외채무 중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외채는 89억 달러 증가한 1838억 달러를 기록했고, 장기외채는 10억 달러 감소한 4782억 달러로 파악됐다. 단기외채는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급격히 빠져나갈 우려가 큰 자금을 뜻한다.
유 팀장은 "단기외채 증가는 예금취급기관의 차입금(132억 달러)이, 장기외채 감소는 일반정부 및 중앙은행의 부채성증권(각 -42억 달러, -28억 달러)이 주도했다"고 말했다.
2분기 대외금융자산은 전 분기 말 대비 658억 달러 감소한 2조1235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이며 지난 2020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의 감소 전환이다. 글로벌 주가 하락과 미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 가치 하락으로 증권투자 전체 순투자액이 684억 달러 줄고 직접투자가 8억 달러 감소한 데 따른 결과다.
같은 시기 대외금융부채는 1조3794억 달러로 전 분기보다 1139억 달러 감소했다. 이 역시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의 증권 투자가 국내 주가 하락, 미 달러화 대비 원 화가치 하락 등 비 거래 요인으로 1378억 달러 감소한 탓이 컸다.
이에 따라 순대외금융자산은 전 분기 말보다 481억 달러 증가한 7441억 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국내 거주자의 대외금융자산(해외투자)에서 외국인의 대외금융부채(국내투자) 잔액을 뺀 수치다. 순대외금융자산이 플러스일 경우, 우리나라가 해외에 줘야 할 부채보다 받을 자산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마이너스일 경우 그 반대다.
한편 같은 기간 대외채권(1조482억 달러)은 317억 달러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396억 달러 줄어든 3861억 달러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2022년 2분기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41.9%로 전 분기 대비 3.7%포인트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의 직원이 달러화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