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사흘 앞으로 다가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국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심상치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움직임도 이어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은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다만 빠른 속도로 금리가 인상될 경우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도 가속화할 수 있어 금통위가 단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보다는 점진적으로 0.25%포인트 상향해 연말 3%의 기준금리를 형성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22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25일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다.
금통위는 올해 1월 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했다가 2월 숨고르기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4월과 5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고, 7월에는 사상 최초로 빅 스텝을 단행했다.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달 기준금리의 인상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매 금통위마다 0.25%포인트 정도의 인상돼 연말 3% 수준의 기준금리가 형성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8.74)는 외식·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 여파로 전년 동기 대비 6.3%나 뛰며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가늠하는 기대인플레이션 지수도 좋지 않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9%에서 4.7%로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주체들이 앞으로도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도 기준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준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단번에 정책금리를 0.75%까지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2개월 연속 밟으면서, 미국의 기준금리(2.25∼2.5%)는 한국(2.25%)보다 높아진 상태다.
한미 금리 차가 더욱 커지면 국내 증시 및 채권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본 유출에 더 속도가 붙게 된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금 연고점을 경신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 말고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22일 원·달러 환율은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불안한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금통위가 빅 스텝을 단행하기보다는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데 무게를 뒀다. 물가 안정을 위해 두 차례 연속 빅 스텝을 단행하기엔 경기 침체 충격이 더욱 커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와 성장 흐름이 기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6.3%로 고점을 높여갔지만 컨센선스(예상치 평균)에 부합하면서 추가 빅 스텝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 때문에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한은으로서도 0.5%포인트를 올리기에는 경기 침체 가능성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물가 안정을 위한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기 위해 빅 스텝 단행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 시장의 불안정성, 국내 물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그간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데 있어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당연히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빠르게 외환·주식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빅 스텝 단행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현재 연 2.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할지, 높일지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다. 사진은 한 은행 관계자가 원화를 들어 보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