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이번엔 윤석열 대통령이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7기)를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한 후폭풍이다. 이 후보자는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 4명 중 가장 막내기수로, 전임 김오수 전 총장과는 7년 차이가 난다.
검찰은 누군가 검찰총장이 되면 그 선배나 동기들이 일괄 사퇴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행이었다. 그들이 물러나면 바로 아래 후배들이 그 자리로 승진한다. 그렇게 검찰은 물갈이가 되어 왔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떠난다"는 말이 여기서 생겨났다. 이른바 '용퇴'다. 다만, 공직자로서 인사명령에 대처하는 자세가 상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이를 두고 좋은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 주말 선배 검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검찰에 남아 힘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간곡히 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지난 18일 이 후보자 내정 직후부터 당장 선배들의 사의 표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검찰은 비교적 고요했다.
선배들도 내심 고민이 되는 모양이다. "남아 있는 것이 후배들에게 부담"이라며 사표를 던진 여환섭 법무연수원장(24기) 외에는 아직 후속 사의 표명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일견 이해도 가는 것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한 완전 박탈 또는 검찰개혁법)'이라는 벼랑 끝 국면에서 빠져나가기에는 아무래도 명분이 약해보일 수 있다. 일각의 분석처럼 수사권한을 다 빼앗기는 마당에 지금 재야로 나가는 것은 득이 될 게 없다는 '현실적 고민'도 있을테다.
어쨌든 추후 예상되는 후폭풍을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후배 기수 검찰총장 등용에 따른 선배들의 용퇴라는 그림은 여느 때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이번에는 그게 아니다. '누가 선배고 누가 후배네' 하는 기수 줄세우기는 검사장 이상 고위검찰 인사의 결정적 고려사항에서 배제된 지 오래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때에도 '기수역전'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 간부들이 이번에도 줄지어 검찰을 떠난다면, 그것은 '미래 검찰의 중립성 확보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지 않을까. '기수역전'에 대한 서운함이나 '검수완박 완성'에 대한 패배감, '친윤 검사' 대열에 들지 못한 자괴감 때문이 아니고 말이다. 톡 깨놓고 보면, 이런 것들을 견디지 못할 검사들 중 검찰에서 나올 사람은 이미 다 나왔다. 지금 사퇴를 고민하는 검사들이 있다면 그들의 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론은 이 후보자를 사법연수원 동기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물론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하고 있다. '대통령-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이른바 '검찰 친정 체제'의 완성이라는 비판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국민으로서는 '아무래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쉽지 않겠구나' 하는 우려와 의심을 아니 가질래야 아니 가질 수가 없다.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이라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이원석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의 최종적 시험대가 될 거란 전망은 이래서 나온다. 역대 정부 검찰에 대한 일관적 평가가 '정치적 중립성의 실종'이었는데,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된 이 마당에야 오죽하겠는가.
이 후보자로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국민 앞에 명확하고 투명히 제시해야 한다. 역대 검찰총장 선배들의 각오를 답습하는 정도여선 어림도 없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 물론, 윤 대통령과 한 장관도 이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이 시험대를 제대로 넘기지 못하면, 더 이상 검찰을 믿고 지지해 줄 국민은 없다. 지금 검찰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최기철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