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바이오주, 긴급진단①)이벤트 소멸 vs 일시적 조정

최근 한달간 의약품 지수 9% 하락…ESMO 개최 앞두고 지수 중 최대 낙폭
금이인상 우려에 바이오 투심 악화…"모멘컴 여전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입력 : 2022-09-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하반기 부진한 증시에도 반등세를 보이던 바이오주들이 최근 들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면서 모멘텀이 꺾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하락세가 나타나자 투자자들 역시 이벤트 소멸로 받아들이면서 바이오주 투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최근의 제약·바이오주들의 주가하락이 과하다며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스피 헬스케어200과 의약품지수가 각각 8.70%, 8.67% 하락하며 코스피(-2.82%) 대피 큰 폭 하락했다. 같은 기간 KRX 헬스케어는 10.08% 하락했고, KRX 바이오 K-뉴딜지수도 9.60% 급락했다.
 
제약·바이오주들의 주가하락은 업계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유럽 종양 학회(ESMO)’를 앞두고 특히 도드라졌다. ESMO를 앞두고 초록을 공개한 레고켐바이오(141080)(-11.98%), 네오이뮨텍(950220)(-6.82%), HLB(028300)(-4.87%) 등 일부 기업들이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하루 KRX 헬스케어와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각각 2.61%, 2.32% 하락하며 KRX와 코스피 업종별 지수 중 가장 큰 폭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나타난 급락세에도 최근의 하락세를 기회로 여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바이오주에 대한 상승 모멘텀이 여전하고, 최근의 급락세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수급 변화에 따른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표적 성장주인 바이오 관련주의 경우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높은 만큼,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도 “최근 바이오 관련주들이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고 ESMO 이후에도 다양한 글로벌 학회가 예정된 만큼, 신약 성공 기대감이 부각될 경우 바이오기업들의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2022 ESMO를 앞두고 공개된 엔케이맥스 등 일부 기업들의 초록에는 기존 보도에서 추가된 결과들이 발표됐다”며 “최근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 하락이 컸으나 이번 ESMO 발표는 바이오업체들의 펀더멘털에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올해 하반기 연이어 개최되는 제약·바이오 학회 및 심포지엄은 여전히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상승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적 시즌 종료 이후 대형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3분기 실적 시즌까지의 공백으로 인해 다소 주춤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6월 이후 지속된 나스닥 바이오텍 지수의 강세 속 제약·바이오 업종의 실적 개선이 확인됐고, 실적 이후로는 9월부터 연이어 개최되는 학회 및 심포지엄 참석 기업들의 임상 성과 발표에 대한 모멘텀이 부각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개최된 ESMO 2022 이후에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췌장암 학회(13~16일)가 예정되어 있으며, 11월 SITC(면역항암학회), 12월 SABCS(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와 ASH(미국혈액학회) 등 다수의 학회, 심포지엄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동건 연구원은 “9월 이후 제약·바이오 학회 및 심포지엄이 다수 예정된 만큼, 향후 3분기 실적 모멘텀이 부각될 10~11월 이전까지의 제약·바이오 업종 내 주가 흐름은 임상 성과 모멘텀을 보유한 바이오텍들의 강세가 예상된다”며 제약·바이오업종의 비중 확대 전략을 추천했다.
 
ESMO 마지막 날인 13일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발표 내용에 따라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ESMO에서 아쉬운 안전성 데이터를 공개한 HLB의 경우 전 거래일 대비 2.12% 하락했으며, 신약물질의 경쟁 약물 대비 높은 효능을 네오이뮨텍(8.75%)과 레고켐바이오(3.01%), 엔케이맥스(182400)(4.17%) 등은 상승했다.
 
한편, HLB는 간세포암 1차 치료제 목표로 리보세라닙 및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 임상 3상 데이터 공개했다. 임상 데이터는 1세대 약물 넥사바 대비 우수한 유효성을 보였으나 3~4등급의 치료 관련 이상 발생률은 80.5%로 대조군(52.0%) 대비 아쉬운 안전성 데이터를 공개했다.
 
제약·바이오 연구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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