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근 금리인상과 증시 부진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상장사들이 소액공모를 늘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0억원 미만의 자금을 조달하는 ‘소액공모 유상증자’는 자금조달이 여의찮은 한계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소액공모를 진행한 상장사 4곳 중 1곳은 상장폐지 사유 등이 발생해 거래가 정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급증하는 소액공모…상장폐지 ‘시그널’?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5곳이 10억원 미만의 소액공모 유증을 공시했다. 올해 자본시장에서 공시 된 소액공모 총 25건 중 25%가 최근 7거래일 만에 결정된 것이다. 지난해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에서 진행된 소액공모는 총 32건(공모 당시 거래정지 제외)이다.
10억원 미만의 자금을 조달하는 소액공모 유증의 경우 굼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심사 절차나 증권사의 기업실사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게 투자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통상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한계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인데, 높은 할인율로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다만, 소액공모 직후 작전세력의 개입이나 상장폐지 등이 이뤄질 수 있어 투자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표=뉴스토마토)
이달 소액공모 진행 5곳…일반공모·3자 배정 모두 위험
일반공모로 진행되는 소액공모는 낮은 할인율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높다. 기준가를 하회하는 공모가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전환가액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지난 8월 소액공모를 진행한
에이트원(230980)의 경우 공모 직후 CB의 전환가액이 일괄적으로 하향되면서 오버행 우려가 커졌다.
3자 배정 소액공모 유증의 경우 할인율이 높지는 않지만, 유증이 최대주주가 아닌 투자조합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점, 3자 배정임에도 대부분 보호예수가 설정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장사들이 낮은 규제를 악용해 작전세력 등과 결탁할 여지가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액공모의 경우 기업 입장에선 단 며칠이면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고 감독당국의 눈을 피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서도 “기업 내부적으로 이미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마지막으로 공모 등을 통해 돈을 챙기려고 하거나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있을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3자 배정 소액공모를 추진한 기업들의 상당수는 3자 배정 발표 시점 전후로 급격한 주가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지난 2013년 상장폐지된 디웍스글로벌의 경우 지난 같은해 소액공모 직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 이후 불공정거래 혐의 등으로 거래가 정지됐다. 2014년에는 금융당국이 소액공모 추진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행위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소액공모는 투자자 보호 '사각지대'
전문가들은 소액공모가 금융당국의 사전 심사절차를 받지 않는 만큼 투자자 보호에 허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소액공모는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단 며칠이면 자금 조달을 마칠 수 있다. 1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는 서류 제출 이후 효력발생, 발행가 산정 등 납입까지 적어도 2개월가량이 소요된다. 그러나 소액공모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심사가 없고, 청약일 3일전까지 감사보고서와 실적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는 소액공모의 경우 상장폐지 직전이거나 기업 내부에 문제가 있는 한계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며 “3자배정 대상자 선정과정도 불투명해 상장사 오너 등이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는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증자 과정에서 투명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고 덧붙였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