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한국 기업들의 기후정보 공시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국내 처음으로 제기됐다.
법무법인(유) 지평 기업경영연구소(소장 정영일)가 최근 펴낸 국내 총 100개 기업의 TCFD 권고안 연계 보고 현황을 분석한 '한국 TCFD Status Report 2021'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0개 기업 중 평균 공시율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섹터 19개 기업과 비금융 섹터 81개 기업으로 나뉘어 조사됐는데 각각 22%와 23%의 공시율을 보였다.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다. 현재 G20 국가를 중심으로 기후정보 공시 의무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 IFRS의 지속가능성 기준 제정과 EU의 유럽 지속가능성 보고기준 제정 과정에서도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 표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료제공=지평
세부항목별로 보면 TCFD 11개 권고 공개항목 중 G-b(경영진역할) 항목과 M-b(온실가스배출량) 항목에서는 공시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으나 그 이외의 항목은 모두 낮았다. 특히 금융 섹터와 비금융 섹터 모두, R-a(위험식별평가프로세스) 항목 공시율이 가장 낮았다고 지평 기업경영연구소는 지적했다. G-a(이사회감독), S-a(단·중·장기별 기후관련 위험과 기회 파악) 항목과 S-b(기후관련 위험과 기회의 영향) 항목도 낮은 공시율을 나타냈다.
다만, 국내 기업들도 TCFD 관련 별도 보고서를 발간하거나(7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서 내 INDEX 공시(37개 기업), 별도 챕터 공시(53개 기업)를 하는 등 TCFD 권고안 연계 보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평 기업경영연구소는 TCFD 4대 영역, 11개 권고 공개항목의 구체적 공시 요건을 총 49개로 구성해 분석했다. △지배구조 12항목 △전략 17항목 △위험관리 6항목 △지표 및 목표 14항목 등이다. 11개 권고 공개항목과 4대 영역별 현황을 점수화해 측정하되, 각각을 100분율로 환산해 공시율을 도출했다.
지평 기업경영연구소는 "다른 나라 기업들의 TCFD 연계 보고와 비교해 분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 세계적 동향과 비교해 한국 기업의 TCFD 연계 보고 수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TCFD 연계 공시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은 TCFD 권고안의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이슈가 조직에 미치는 전환 및 물리적 위험과 기회에 대한 파악, 위험과 기회의 재무적 영향에 대한 파악, 시나리오 분석 방법에 대한 이해와 적용 방안에 대한 역량 제고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TCFD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구체적인 적용 경험에 대한 공유 등을 위한 정부는 물론, 비금융권과 금융권 간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국 TCFD Status Report'이 국내에서 발간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개별 기업의 평가라기 보다는 한국기업의 이행현황을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시사점을 찾기 위해 진행됐다. 지평 기업경영연구소는 매년 한국 기업들의 TCFD 연계 보고 현황을 조사해 발표를 할 예정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