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 금리를 종전보다 단번에 0.5%포인트 높이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심상치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움직임에 따른 원·달러 환율까지 폭등하면서 금리 인상을 늦출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데 따른 조치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사상 두 번째 빅 스텝 단행이다.
금통위는 올해 1월 금리를 0.25%포인트 상향했다가 2월 숨고르기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4월과 5월 각각 0.25%포인트씩 올렸고, 7월에는 사상 최초로 빅 스텝을 단행했다. 이후 8월에는 다시 0.25%포인트 높였다.
이날 빅 스텝으로 사상 최초로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아울러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 금통위가 이날 빅 스텝을 밟은 것은 5%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전년 동기 대비 5.6% 상승하며 지난 7월(6.3%) 이후 2개월 연속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채소류 등 농축수산물의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5%대의 상승률 자체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물가 정점을 찍었는지는 아직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 연준의 긴축 의지가 여전히 강한 점도 한은의 빅 스텝 단행에 영향을 미쳤다. 미 연준은 내달 1~2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실시하고, 12월에도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연말 기준금리가 4.5%까지 오르게 된다.
한미 금리 차가 더욱 커지면 국내 증시 및 채권 시장에서의 외국인 자본 유출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특히 지난달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수시로 연고점을 경신하며 불안정한 흐름을 보인 만큼, 한은 입장에서는 환율 방어를 위해서라도 빅 스텝 단행 말고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실정이다.
실제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장중 1422.2원까지 치솟는 등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한은이 빅 스텝을 밟으면서 상단 기준으로 0.75%포인트 차이가 났던 미국(3∼3.25%)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0.25%포인트로 좁혀졌다. 다음 한은 금통위 회의는 11월 24일 열릴 예정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