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증시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주가가 액면가를 하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가가 액면가보다 낮다는 것은 시가총액이 자본금보다도 적다는 것으로 저평가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액면가를 하회하는 종목 중 증권사, 보험, 리츠 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는데, ‘레고랜드’ 발 리스크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시가총액이 자본금을 하회하는 상장사는 총 61곳(무액면 주식 제외)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30곳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특히 증권, 보험, 건설, 리츠 관련주들만 23곳으로 40%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레고랜드 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 여파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PF 위축 여파가 영향을 준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부동산 PF 리스크 외에도 증시 부진에 따른 실적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추정치가 있는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금융지주·키움증권)의 3·4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7985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8091억원) 대비 44.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레고랜드로 촉발된 금융시장 자금경색 리스크도 영향을 줬다.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약속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 처리된 사건이다. 이는 채권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추긍로 이어졌다. 특히 PF ABCP에 '빚보증(신용 보강)'을 선 중소형 증권사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는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비율이 35% 수준인 데 비해 중소형사는 50%에 달한다.
한국신용평가는 “대한민국의 정부조직 구성 체계 및 관련 법령에 근거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도를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것으로 판단해 왔다”며 “이번 ABCP 미상환이라는 일련의 사태는 이러한 판단근거를 훼손시킬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PF는 금융회사가 시행사에 아파트, 상가 등 건물 착공, 분양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면서 금융권 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지방 주택사업이 주력인 중소건설사의 경우 레고랜드 발 채권시장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력사업인 지방 주택사업에서 미분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조달 통로까지 막힐 수 있어서다. 상장 리츠들의 경우 금리 인상에 이어 레고랜드 발 금융시장 위기로 차입비용이 크게 늘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ABCP 지급보증 파행 사태의 여파가 자금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미분양에 따른 대금 지급 불능 사태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만큼 여파는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춘천 중도에 지어진 레고랜드 놀이시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