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용윤신 기자] 낙농가·유업계 간의 '우윳값 갈등'에 이어 푸르밀 사태까지 터지면서 정부의 총체적인 대안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과 푸르밀 피해 낙농가에 '저지종 젖소'와 연구개발(R&D) 비용을 지원하는 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나 봉합을 위한 묘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원유 가격·용도별 차등가격제 협상은 늦어도 내달 18일 내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우유)와 가공유(치즈, 버터용)로 나눠 가격을 이원화하는 제도다.
현재 음용유와 가공유는 모두 리터(ℓ)당 1100원으로 가격이 정해져 있는데, 음용유는 이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는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도록 ℓ당 800~9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내린다.
정부는 내년부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적용하지만 올해까지는 생산비 연동제를 유지한다. 생산비 연동제는 원유를 생산하는 데 들어간 생산비를 기준으로 원윳값을 정하는 제도다. 다만 이 제도로 우유 수요가 감소해도 원유 가격이 계속 치솟는 현상이 발생해왔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국내 낙동가들이 저렴한 수입산과의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내 우유 자급률도 50% 이상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는 지난 9월 낙농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 관련 정부 개편안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미뤘던 원유가격 협상을 시작했다. 당시 지난 15일까지 협상하기로 했지만 31일로 미뤄졌고, 결국 또 기한을 넘기게 됐다.
현재 양측의 의견 차이가 커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협상에서 낙농가는 가격을 더 올려야 하고 가격 인상 시점도 당초 시한인 8월 1일로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유업계는 수요 감소에 따라 가격 인상폭을 낮추고 8월 소급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펴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푸르밀 사태로 인한 낙농업계의 파장도 등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푸르밀에 원유를 납품하던 낙농가에 연구개발 비용 지원을 검토 중이다. 이 방안은 가공용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 품종인 '저지종' 보급이 핵심이다.
최근 푸르밀이 갑작스럽게 내달 말 사업종료를 통보하면서 1979년부터 40여년간 원유를 공급해온 낙농가들은 공급처를 잃은 상황이다. 푸르밀에만 원유를 납품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낙농가는 약 25개다.
저지종 젖소는 유단백 성분이 많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어서 가공용 우유를 만드는 데에 적합한 품종이다. 우유 생산량은 얼룩 젖소인 홀스타인종보다 적다. 하지만 우유 단백질과 지방, 고형분 함량이 높아 같은 양으로 모차렐라치즈를 만들 경우 홀스타인종보다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저지종 수정란을 들여오는 것을 내년도 신규사업으로 편성했는데 이와 연계해 (푸르밀) 농가 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은 내년 예산에 신규 편성된 5억원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지원을 위해서는 자구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낙농가 차원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원유 가격·용도별 차등가격제 협상은 마무리 수순으로 늦어도 내달 18일 내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 우유 진열대.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용윤신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