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에 VC업계 "시의적절…밀린 숙제도 해야“

복수의결권·CVC 관련 법안 등 과제 해결 촉구

입력 : 2022-11-04 오후 3:47:39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대체로 공감하며 시의적절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만 복수의결권 등 아직 산적해있는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지속적인 개선을 당부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4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최근 투자동향과 민간 모펀드 조성 등을 주제로 라운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이영 중기부 장관은 4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S6에서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방안'을 브리핑했다. 발표 직후 이어진 좌담회에서 이 장관은 이날 발표한 정책과 관련한 VC업계의 평가와 제안을 경청했다.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은 "벤처투자 업계의 많은 숙원사업들이 이제야 드디어 제도화되고 결실을 이루게 됐다"며 중기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해당 정책은 중기부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타 부처의 협조를 이끌어내 더욱 의미가 있는 진전"며 "민간이 오르막길을 열심히 끌어나갈 테니 정부에서 튼튼한 후원자가 돼서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움츠러든 마음은 몇몇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장의 큰 흐름은 디테일에서 변화한다"며 "몇몇 운용사들이 몇 건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면 물결이 생겨나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중소형 VC에 대한 정책지원과 관련, 타임웍스인베스트먼트 나종윤 대표는 "업력 2년차로서 벤처투자 활성화 대책에 깊은 공감을 한다. 많은 고민이 엿보이고 시의적절하다"면서 대형 VC보다 중소형 VC들은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가 꽤 오래가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 대표는 스타트업 지원 기준이 업력 등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 대해 재고를 요청했다. 그는 "2년 11개월차 스타트업과 3년 1개월차 기업, 6년 11개월차 기업과 7년 1개월된 기업이 받는 지원은 극명하게 달라진다"며 "기간이나 기준에 의해서 정책을 지원하는 것보다는 세분화해서 나눠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전환될 때도 비슷한 고충이 있다고 공감하면서 나 대표의 건의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민간 벤처모펀드의 혜택을 세컨더리벤처펀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세컨더리벤처펀드는 다른 벤처펀드가 보유한 창업·벤처기업의 구주를 매입하거나 펀드의 기존 출자자 지분을 거래하는 성격의 펀드다. 위윤덕 디에스자산운용 대표는 "이전에 코스닥 벤처펀드가 우려를 불식하고 좋은 결실을 냈다. 그 때 일반인의 참여가 많았는데 그 고리는 '세제 혜택'이었다"고 강조하며 "민간 벤처모펀드 개인 투자자에 대한 10% 소득공제, 출자법인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세컨더리벤처펀드에도 적용하면 상품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정책에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아쉬움도 새어나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장은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제도적인 개선 이슈들이 있다. 창업자 복수의결권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 가까이 진행이 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형벤처캐피탈(CVC) 관련 법안을 개정하면서 손발을 많이 묶어둔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도 향후 살펴서 투자제한, 출자제한도 추가적으로 개선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는 "민간펀드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이지만 민간이 불황이기 때문에 큰 규모의 자금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나 내년의 이슈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과제로 정부에서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건의했다. 또 "모펀드를 운영한 경험을 갖고 있는 중기부, 한국벤처투자 등이 노하우를 모펀드를 운영하는 일반 회사에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무리 인사에서 이 장관은 "오늘을 시작으로 중기부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많이 담겠다. 그동안 충분치 못했을 것"이라며 "중기부가 좀 더 금융기법에 대한 고민하고 벤처·스타트업을 만난 횟수만큼 벤처투자 관계자분들을 만나야겠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말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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