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경기 침체, 고금리 여파로 서울 전세 시장 거래 냉각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풍부한 대기수요로 시장 전반을 견인했던 송파구, 강동구 일대 대단지들의 호가가 빠지고 급매물이 적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서울 평균 지수 역시 눈에 띄게 낙폭이 가팔라진데 따른 결과다.
이처럼 전세 매물이 쌓이면서 반전세나 월세로의 계약 전환 시도 사례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업계는 통화 당국의 긴축 통화 정책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계속 커지고, 전세 시장의 비수기로 일컬어지는 겨울철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 전셋값의 추가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전세 가격 변동률은 -0.32%에서 -0.43%로 무려 0.1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12년 5월 이후 사상 최대 하락폭이다.
특히 송파구의 경우 같은 기간 -0.5%에서 -1.04%로 가격이 대폭 하락 조정됐다. 가락·신천·방이동 위주로 호가가 빠진 탓이 컸다.
또 강북구는 미아동 대단지 위주로 가격이 떨어지며 -0.52%에서 -0.63%로 변동률 낙폭이 확대됐다. 아울러 강동구는 고덕·암사·명일·강일동에서 약세를 보이며 같은 기간 -0.47%에서 -0.6%로 조정됐고, 서초구도 반포·서초동 주요 단지 위주로 두드러진 하락세를 보이며 -0.26%에서 -0.36%로 하향됐다.
전세수급지수도 악화하는 추세다. 역시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75.2로 전주(78.6)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을수록 전세를 찾는 세입자보다, 세입자를 찾는 집주인이 더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는 전용면적 84㎡ 전세 가격이 지난달 15일 11억5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동일 면적이 13억5000만원에도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전셋값이 2억원이나 하락한 셈이다.
이처럼 서울 전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는 것은 송파구 등 서울 전체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단지들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상단 한계를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보니 전세 시장의 불안정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 이에 따른 전세 대출 이자 부담도 커지면서 반전세나 월세 계약 전환 사례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월세 지불이 상대적으로 더 이득일 수도 있어서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 고금리 여파에 서울 주택 매매 가격이 많이 하락했고, 이는 다시 전세 시장의 하방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매매 시장에서 호가를 빼도 매물이 계속 적체되는 흐름을 보이자, 전세로 전환되는 매물들도 많아지고 추세"라고 분석했다.
서 공동대표는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금리 부담이 커져 전세로 들어가는 것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월 이자보다 월세가 더 저렴하다면 세입자들은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 매물 정보가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