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로또 청약'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그간 청약 시장은 새 아파트라는 이점과 함께 상당수 사업장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지면서 많은 수요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주변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가가 책정된다 해도 추후 같은 권역의 단지들과 시세 동조화가 이뤄져, 청약자들 입장에서는 시세 차익을 거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하반기 이후 주택 시장이 전반적으로 대세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한층 어려워졌다. 매수 심리 위축, 거래 냉각으로 기존 집값의 낙폭이 커지는 반면, 공사비 등 상승 영향으로 분양가는 오르며 청약 시장의 경쟁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달 24일 예고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의 인상이 확실시돼 분양 시장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9일 직방에 따르면 장위4구역 재개발, 중화1구역 재개발, 문정 재건축 등 서울에서 총 6개 단지, 7361가구가 새롭게 분양된다.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일대를 재개발한 '장위 자이 레디언트'는 전용면적 49~97㎡, 총 2840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로 이중 1330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834만원 선에 확정됐다. 이를 전용 59㎡로 환산하면 7억3000만원대, 84㎡는 9억6000만원대 수준이다. 특히 84㎡의 경우 같은 장위뉴타운에 위치한 '래미안 장위 포레카운티'가 지난달 9억1400만원, 9억2000만원 선에 실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 서울 중랑구 중화1구역을 재개발한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의 경우 평균 분양가가 3.3㎡당 2835만원 선에 책정됐지만, 인근 단지에 비해 획기적인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정보업계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중랑구의 전반적 시세 흐름을 감안하면 다소 비싼 편"이라며 "중랑구 주변 신축, 구축 아파트 모두 가격이 하락세에 있고, 확장비 등으로 소요되는 플러스알파 금액도 따져봐야 한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무리한 프리미엄을 노리는 투자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로또 분양은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이나 고분양가관리지역에서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무엇보다 이 시기에는 기존 아파트의 경우 호가 위주의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청약자들 입장에서는 시세 차익을 거두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원가를 반영하면서 분양가를 올리는 등 분양가 산정 기준에 손질이 가해졌고, 최근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청약 시장이 예전과 같은 경쟁력을 발휘하기 힘든 환경이 됐다"며 "분양 시장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지 않고 고금리 기조도 이어지는 것도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 시민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남산공원에서 도심 일대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