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이 전통적 성수기인 10~11월에 들어섰지만, 공모주 시장의 주가 수익률은 부진하기만 하다.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는 등 시장에 한파가 불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공모가 대비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등 시장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공모주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면서 공모주 투자 시 기관 수요예측은 물론 우리사주 청약 여부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 22곳 중 8개 기업이 희망범위 하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중 7개 기업이 공모가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IPO 시장은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공모가가 결정된다. 수요예측 경쟁률이 높다면 공모가도 높게 책정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수요예측 경쟁률은 청약 흥행 여부를 점치는 가늠자로 여겨진다. 청약에 참여하는 개인 투자자들 역시 기관 투심을 상당 부분 참고해서다.
실제 최근 부진한 IPO 시장에서도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상단으로 결정한 기업들의 경우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희망밴드 최상단을 기록한 11개 상장사는 상장 첫날 모두 공모가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이 중 5개 기업은 현재도 공모가를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 대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새빗켐(107600)의 경우 기관 수요예측에서 1670.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일 종가 11만3000원 기준 공모가(3만5000원) 대비 수익률은 222.86%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과 글로벌 증시 하락 등으로 IPO 시장도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 기관 투자들도 ‘묻지마 베팅’이 아닌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집중하는 추세”라며 “수요예측 결과가 정답은 아닐 수 있지만, 투자판단에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IPO를 진행하는 기업들은 공모전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진행, 우리사주조합 물량을 결정한다. 배정된 물량만큼 우리사주조합은 매수에 대한 우선권을 갖게 된다. 향후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대출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물량이 없거나 청약에서 미달이 발생한다는 것은 자칫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직원들도 성장성에 자신이 없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우리사주청약 배정과 청약률은 회사 내부의 직원들이 바라보는 성장성에 대한 평가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일부 기관 투자자들의 경우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을 흥행 지표로 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의 사례로 우리사주 청약 투심이 많이 줄었지만, 공모주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투자판단 지표 중 하나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수요예측을 진행 후 상장이나 일반청약을 앞둔 기업 중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상단을 기록한 기업은 티쓰리엔터테인먼트, 유비온, 티에프이 등이다. 티쓰리엔터네인먼트의 경우 10.29% 물량을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해 100% 청약에 성공했다. 유비온과 티에프는 각각 우리사주조합에 20%, 10%의 물량을 배정했다.
(표=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