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윤석열정부 들어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물갈이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전직 고위급 관료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가운데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지지 한 금융인들까지 얽히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 수장 인사가 다음달부터 내년 초까지 예정돼 있어 연말 몰아칠 인사태풍에 금융권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김지환
BNK금융지주(138930) 회장이 임기 만료 5개월을 앞두고 회장직을 내려놨다. 조용병
신한지주(055550) 회장·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진옥동 신한은행장·박성호 하나은행장·권준한 NH농협은행장의 임기도 올 연말부터 내년 3월 사이에 만료된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금융인들도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들은 "문재인정부에서 금융시장의 신뢰를 망가트렸다"고 지적하면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바 있다.
황영기 전 금투협회장(전 KB금융 회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김주하 전 농협은행장,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전직 고위 임원부터 관료 출신 외부 인사 등 다수의 인물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황영기 전 회장의 산업은행 회장행이 실패한 이후 눈치를 보던 금융인들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가 바뀔 때 마다 금융당국 수장 교체가 이뤄지면 민간 금융기관의 CEO들은 순차적으로 소위 '물갈이'되는 역사가 반복돼 왔다.
과거 이명박정부 당시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금융권을 호령하며 '4대 천황'으로 불리던 강만수 전 산은 회장과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등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줄줄이 물러난 바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 모임)'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에서 맹위를 떨치기도 했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 지분이 들어가 있었던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연임이 불투명해지면서 벌써부터 전직 고위급 관료와 전직 우리은행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모피아(재무부의 영문 약칭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들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경제관료는 경제기획원(EPB)와 재무부 출신이라는 양대축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의 기획재정부의 전신이 경제기획원과 재무부의 통폐합 부처(재정경제원)이었다. 이명박정부에서 강만수·윤증현 등 모피아 출신들이 대거 기용된 이후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는 경제기획원 출신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재무부 출신들이 윤석열 대선 후보 캠프에 몰린 영향이 크다"며 "민간 금융사 CEO를 지낸 경력이 있는 전직 관료들이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BNK·DGB·JB)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가진 백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복현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른 CEO(최고경영자) 선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사회의 권한과 책무를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