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마련했던 '영끌족'의 한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경색으로 집값이 연일 최저점을 찍고 있고, 기준금리 인상 기조 지속에 따른 이자 부담도 점점 커지는 탓이다.
문제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이 같은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영끌족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선 내년 무렵에는 대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들이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고, 이들의 급매물이 시장에 대거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예상도 나온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역대 최저치인 -0.52%를 기록하며 전주(-0.46%)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아울러 이는 지난 2012년 5월 부동산원의 시세 조사 이래 처음으로, 3주 연속 최대 하락폭을 경신한 것이다.
또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5%로 전주(-0.47%) 대비 하락폭이 더 커졌다. 이 역시 역대 최저 하락폭이다.
정부가 최근 규제지역 추가 해제,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 조정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고 나섰지만, 극도로 가격이 빠진 급매물을 제외하면 매수세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선 중개 업계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기준금리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초로 여섯 번 연속으로 올리며 이달 3.25%로 확정했다. 게다가 미국 정책금리 인상 보폭에 따라가야 하는 한은 입장으로서는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이 유력시된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31~7.83%로 상단이 8%에 이미 근접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이후 시차를 두고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차례로 인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담대 금리가 내년 초 9%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수년간 이어졌던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매수에 나선 영끌족들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직장인 윤모씨(37·여)는 "지난해 워낙 집값이 폭등하고 저금리 기조도 유지돼 3억원 정도를 대출받아 매수에 나섰는데, 현재 대출이자가 정확히 당시 대비 2배 올랐다"며 "8억원 정도의 서울 강북 소형 단지를 하필 고점에 매수했고, 현재는 가격이 2억원 정도가 빠졌다. 허리띠를 졸라매며 생활비를 아낄만큼 자금 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개인의 선택인지라 속앓이를 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일반 가구 중 주택 소유 가구는 1206만3000가구로 1년 전(1173만 가구) 대비 2.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가 이어지고 주택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주거 불안정성을 느낀 무주택자들의 '패닉 바잉(공황 매수)'이 속출하던 시기다. 통계 상 증가분에는 이 같은 패닉 바잉 계층의 영끌 물량이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금리 부담이 더욱 커지는 내년 영끌족의 매물 출회가 본격화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내년 상반기에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있어 상당한 레버리지 부담을 안고 매수에 나선 하우스 푸어, 영끌족들의 고통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거래 경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영끌족들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급매물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가 고점에 도달할수록 높은 금리에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돼 이에 따른 매물 출회가 더 격화할 확률이 높다. 특히 자금 여력이 충분치 못한 계층이라면 어쩔 수 없이 자산을 매각하는 의사결정에 나서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아울러 매수세는 약하고, 매도세는 강해 상대적으로 주택 거래량이 더 축소되는 흐름도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한 시민이 서울 남산공원에서 시내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