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정부가 화물연대의 파업에 시멘트 운송 기사 업무개시명령을 내린데 이어 유조차(탱크로리) 운송 기사를 상대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 상위 단체인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기본권 침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며 장기화 국면에 빠졌지만, 노정 간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모아홀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업무개시명령의 문제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자리에는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과 법률 전문가들이 함께 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업무개시명령 제도가 헌법과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규탄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협약은 물론 강제노역을 금지하는 헌법규정에 위반해 본인의 의사에 반해 형벌로 일정한 노무의 제공을 강제하는 것으로 헌법 제 12조 제1항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법제상으로 유례가 없어 화물운송 종사자를 차별적으로 대우해 평등의 원칙인 헌법 제11조에도 위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무개시명령의 발동 요건도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해당 명령의 근거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적힌 '정당한', '집단', '커다란' 등의 불명확한 단어에 대해 "'집단'은 어떤 경우이고 어느 정도가 '커다란' 지장인지 법률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죄형법정주의와 표현 및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이 가져야 할 명확성의 요건을 결여한 규정으로 위헌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법에도 반한다고 했다. 온라인 화상으로 토론회에 참석한 루완 수바싱게 국제운수노련 법률국장은 "업무개시명령은 ILO의 제87호 협약과 결사의자유 원칙, 국제연합(UN)의 사회권·정치권 규약 등 국제법으로 보장되는 파업권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개시명령은 징역형이나 벌금의 위협에서 집행돼 ILO 제29호, 제105호로 보장되는 강제노동을 받지 않을 권리를 위반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윤 정권은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보수언론과 화주로부터 화물연대에게 '백기투항'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며 "이에 총파업 직후부터 안전운임제도에 대해 본격적인 반대기조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 총파업이 윤석열 정부의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심판대로 쓰이고 있어 윤 정부는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총파업 전부터 업무개시명령을 수단으로 삼아 강경탄압을 준비 했다"며 "화물연대 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호도하지만 가장 정치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윤 정부"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공동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회에 참여한 3000여명의 조합원들은 '국가책임 강화', '국민안전 실현'이 적힌 핏켓을 들고 정부를 향해 '공공성-노동권 확대'를 촉구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2일까지 10일 간 계획된 파업에 공공운수노조 산하 지부의 파업이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고 인근 전쟁기념관 앞 인도에서 시민사회 촛불 문화제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공동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