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룹 오메가엑스 멤버들이 소속사 대표로부터 폭행과 추행을 당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가운데,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K팝 기획사들의 착취 논란을 조명했다.
4일(현지시간) NYT는 지난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호텔에서 벌어진 오메가엑스 멤버들에 대한 소속사 대표의 폭언·폭행 사건이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이 젊은 뮤지션들을 착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당시 오메가엑스 첫 해외 투어 종료 당시, 소속사 대표는 LA의 호텔에서 멤버들에게 고성을 지른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멤버 김재한(27)을 밀쳐 바닥에 넘어뜨리는 장면이 행인의 카메라에 잡혀 한국 방송에서 공개됐다고 전했다.
이후 자비로 귀국한 오메가엑스는 소속사 대표가 멤버들의 허벅지, 손, 얼굴을 억지로 만졌으며 폭언을 일삼았다고 폭로했다. 지난 16일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예고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존중을 받고 싶어 이 자리에 나오게됐다"며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형사고소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YT는 이번 투어 당시 미국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현장 내용을 청취하기도 했다. 뉴욕 행사에서 분장을 담당했던 지지 그라나도스(25) 역시 NYT에 "멤버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봤다"며 "누구에게도 그런 식으로 고함을 질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신문은 멤버들의 주장이 K팝 산업의 내부자들이 그동안 내놓은 경험담과 일치한다고도 지적했다.
2019년 그룹 크레용팝의 멤버 허민선이 사생활을 일거수일투족 통제당했다고 털어놓은 사실을 인용했다. 보이 밴드 더 이스트 라이트 소속 형제 멤버인 이석철과 이승현이 2019년에 소속사 최고 경영자의 폭언, 폭행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안도 들었다. 당시 법원은 대표에게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진 리 호주 커틴대의 아시아 대중문화 전문가는 "1990년대 이후 착취의 정도가 체계화하고 일상화했다. K팝이 지배적인 위상으로 올라서고 더 많은 젊은이가 그 안에 끌려들어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돌이 되기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꿈을 노리고 상습적으로 착취하고 있는 K팝 문화가 여전히 뿌리박혀 있다는 것이다.
계약 체결 시점에는 대부분이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을'의 처지가 되기 쉽다며 다른 K팝 뮤지션들의 피해 사례도 들었다.
해당 소속사 대표는 NYT에 "멤버 모두를 엄마처럼 돌봤다"며 LA 호텔에서 김씨가 바닥에 쓰러진 것은 스스로 넘어진 것이고 멤버들이 더 큰 기획사로 옮기기 위해 자신을 상대로 마녀사냥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해외에서조차 여론이 좋지 않다. 오메가엑스의 미국 홍보와 일본 활동을 돕는 현지 회사 최소 2곳은 소속사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와 관계를 끊었다.
오메가엑스. 사진=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