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전 서장에 대한 범죄소명 자체가 사실상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수사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7일 이 전 서장에 대한 보강조사가 끝나는대로 영장을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과 같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송 모 경정에 대한 영장도 재신청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지난 5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 전 서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현 단계에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증거 인멸, 도주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송 모 경정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특수본이 주요 피의자들 중 이 전 서장과 송 경정에 대한 구속영장을 가장 먼저 신청한 이유는 이 두 사람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소명이 다른 주요 피의자들에 비해 가장 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정보라인 경찰간부들 2명에 대해서도 같이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구속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이 받은 혐의는 이번 사건의 본류인 업무상과실치사상이 아닌 증거인멸 혐의로 '곁가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법원이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은 특수본에게 적지 않은 난관이다. 이번 참사와 관련한 첫 구속영장 신청이기도 했지만, 법원이 '이태원 참사' 주요 피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첫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특수본이 이 전 서장 등 주요피의자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을 때 유죄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 전망이 적지 않았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행위자의 과실 입증은 물론, 과실과 인명사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법원이 영장기각사유에서 세세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영장을 기각한 이유도 결국 특수본이 이 전 서장 등의 과실, 그리고 그의 과실과 희생자 사상간의 인과관계 소명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수본이 이 전 서장과 송 경정을 구속하더라도 고비는 또 남아 있다. 주요 피의자들이 공통적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지만 각자의 과실과 인명사상과의 인과관계를 모두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우리 법원은 2명 이상의 공동과실로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경우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인정하고 있다.
특수본이 이날까지 입건한 피의자 총 21명 중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이 전 서장과 송 경정,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팀장 정모 경정 등이다. 사건 당시 정 경정과 112상황실 당직근부자였던 류미진 총경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이 검토됐지만 직무유기만 우선 적용됐다.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 현판이 부착되어 있다.(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