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동유럽 세르비아에 주소 등록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대표는 지난 10월 세르비아로 건너가 거처를 마련하고 주소를 등록했다. 세르비아는 가상화폐 자동 입출금기가 곳곳에 설치돼 현금화가 수월한 곳으로 알려진 국가다.
법무부와 검찰은 세르비아 법원에 권 대표의 송환을 요구하는 긴급 인도 구속 및 범죄인 인도 청구 등 강제 소환 절차를 검토 중이다.
다만 권 대표는 범죄인 인도 청구에 불복 소송을 제기해 최대한 귀국을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권 대표가 소송을 통해 세르비아 체류 기간을 계속 늘린다면 검찰이 그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수년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 직전인 지난 4월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권 대표는 지난 9월 싱가포르를 떠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머무른데 이어 세르비아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숨으려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산책도 하고 쇼핑몰도 간다”며 도피 의혹을 부인해왔다. 그의 행방은 묘연하지만 “내 집 안방에서 코딩 중” 라며 온라인 상에서 태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 대표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다 최근 ‘FTX 붕괴 사태’를 야기한 FTX 창업자 샘 프리먼-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동부에서 가까운 영연방 회원국 바하마에서 체포됐다. 그는 체포 직후 13일(현지시간) 보석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CNN, BBC, AP통신 등은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이 뱅크먼-프리드를 형법상 사기 및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이 현지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 5월 FTX를 설립할 때부터 이 거래소 고객과 투자자들을 속일 계획을 꾸민 뒤 고객들의 돈을 자사의 비용으로 지출하고 빚을 갚는 데 유용한 혐의를 받는다. 그가 별도로 만든 가상화폐 헤지펀드 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투자 자금도 FTX 고객들의 돈을 빼돌려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미국 역사상 역대급 사기사건"이라며 공소 사실이 모두 인정될 경우 뱅크먼-프리드가 최대 11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SEC 소장에는 그가 2019년 5월부터 FTX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18억달러(약 2조3364억원)를 조달했다고 적시돼 있다. 이 중 11억 달러는 미국 투자자 90여명으로부터 모은 돈이다.
FTX 파산 신청으로 자산 출금이 막힌 FTX 한국인 이용자 수는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코이니지 유튜브)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