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연말 정기인사를 마무리한
삼성전자(005930)가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 현상 속 내년 위기 극복 방안 논의에 착수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DX(디바이스경험)부문의 전사·MX(모바일경험)사업부 회의를 시작으로 16일 VD(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사업부의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이어 22일에는 DS(반도체) 부문 회의가 예정돼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사진=연합)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통상 12월 회의에서는 연말 인사가 끝나면 새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까지 한자리에 모였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온·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해왔다. 올해는 화상회의 중심으로 진행될 방침이다.
회의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 사장이 각각 주관한다.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 당시와 마찬가지로 회의에 관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종료 후 한 부회장과 경 사장으로부터 각 사업부의 내년 사업 전략 계획 등을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회의는 전사 부문에서는 최근 금리 인상과 환율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등 논의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환율에 따라 손익변동성이 크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원·달러 환율이 5% 상승할 경우 당기순이익이 2505억원 늘고 반대로 5% 하락할 경우 2505억원이 감소한다. 매출 85%가 해외에서 발생하는 글로벌 기업이기에 외환 손익 관리가 중요한 셈이다.
DX 부문은 침체된 스마트폰·가전 수요 증대, 수익성 개선, 재고 관리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단계에 이르면서 인도 등 신 시장 진출과 신 모델 개발 전략을 재편해야할 시점에 놓여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이일환 메르세데스 벤츠 총괄 겸 크레이티브 디렉터를 갤럭시 모바일 사업부의 MX디자인팀장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이는 스마트폰 하드웨어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디자인'이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총괄은 그간 벤츠 뉴E클래스, 럭셔리 쿠페 CLS, 벤츠 SUV 등 메르세데스-벤츠의 대부분의 차종에 관여한 인물이다. 이번 연말 조직개편에서 노태문 사장이 디자인경영센터장을 겸직하게 된 것도 일맥상통한다.
가전 사업에 있어서는 초연결성을 강조한 '스마트 싱스' 활용 방안의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맞춤형 가전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달 개최되는 CES 2023에서 '캄테크(Calm Technology)' 철학을 바탕으로 한층 강화된 보안과 사물의 초연결 생태계에서 누리는 새롭고 확장된 스마트싱스(SmartThings) 경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DS부문은 TSMC와의 경쟁 구도 속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 방안과 미국 투자 계획, 메모리 시장 대응 방안 등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가 미국 현지 공장 설립 투자금을 기존 대비 3배 확대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대 TSMC 추격 전략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분쟁 등으로 내년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 전략회의에서 구체적인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SK 등 다른 그룹사들은 컨트롤타워가 있지만 삼성은 아직 없는 상황으로 그룹 전체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하나의 실무형 조직 형태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