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정책 결산)강대강 부딪친 윤석열표 노동정책…진짜 고비는

화물연대 파업 철회에도 강경대응 고수, '노동개혁' 신호탄
지지율 반등에 노조 '3대 부패세력' 꼽아…회계 등 개입 본격화
미래연 권고안 따라 내년 임금·노동시간 상반기 개정 입법 탄력
중대법 시행령 개정도 쟁점…"노동시장 청사진 없고 약자 외면"

입력 : 2022-12-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8개월간 보인 노동정책은 이명박·박근혜 등 보수정부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경향은 화물연대 파업을 강경 진압하면서 진면모를 보였다. 출범 직후부터 바닥을 찍은 대통령 지지율이 파업 대응 당시 반등하면서, 내년에는 노동조합 등 '노조깨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예고하고 있는 직무급제·주 최대 69시간제 도입,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등도 정부의 노동계 탄압과 더불어 본격화할 공산이 크다.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등에 대한 큰 그림은 실종되고 세계적 흐름에도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들이 모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해 제재 결정을 내렸다. 부산 지역의 건설노조 지부가 건설사에 비노조원과의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건설노조는 공정위의 조사·심의 과정에서 지부 조합원들이 특수형태근로 노동자이므로 사업자·사업자단체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을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가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를 거쳐 특고 노조에 대한 제재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고 노조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한 사례가 만들어진 만큼, 향후 화물연대 등 유사 형태의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정부가 화물차 기사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고 주장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공정위가 갑작스럽게 특고에 대한 선례를 만든 것은 노동탄압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화물연대에 발동하면서 강경 대응을 유지한 결과, 지난 9일 화물연대는 빈손으로 파업을 철회했다. 일몰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정부·여당은 6월 파업 당시 공약했던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마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강경 태도는 지지율 반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있다.
 
화물연대 파업이 종료된 지난 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 수행평가에 대한 긍정평가 비중은 33%로 직전주 대비 2%포인트 올랐다. 반대로 부정평가는 1%포인트 내린 59%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24%가 긍정평가 이유로 '노조대응'을 꼽으면서 정부의 각종 노동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비상경제 민생회의에서 노조를 우리 사회가 척결해야할 3대 부패로 꼽았다.
 
특고 노동조합 등에 대한 공정위 개입과 더불어 노조에 대한 회계 감사에도 손을 대기로했다. 고용부는 노조 회계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방법을 구제화한다는 방침이다. 노조에 대한 정부 개입의 신호탄격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화물연대 사태 이후 정부가 노동조합을 적폐세력으로 몰아간 것이 올해 정부 노동대응 방향을 보여준다"며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고려와 함께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들이 모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사업자단체로 판단해 제재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업무개시명령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화물연대 모습. (사진=뉴시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마련한 노동시장 개혁 권고문도 내년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권고안에는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 단위'뿐 아니라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기본 근로시간 40시간에 최대 연장 근로시간이 12시간까지 허용되는데, 연구회 권고대로라면 주당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된다.
 
고용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노동시간 등과 관련한 입법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에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에 대한 시행령 개정도 내년 주요 쟁점사안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오는 2026년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연간 사고사망자 수를 현재보다 300명가량 줄이는 것을 목표하는 '중대재해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규제와 처벌이 중심이 됐던 기존의 방법이 아닌 기업의 '자율적인 규제 예방 체계'를 통해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못박았다. 이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형벌을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노동문제에 대한 청사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노동시장의 약자인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 등이 외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보수 정부의 노동개혁은 항상 노동을 '대상'으로만 만 바라봐 왔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문제, 비정규 불안정 노동 문제 등 노동시장에 대한 포괄적 논의가 실종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흐름도 포용적성장의 필요성을 반성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시기인데 우리나라의 시계만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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