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소아과 전공의 부족 문제가 해를 넘겨서도 의료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의료계에선 그동안 부재했던 정부의 책임의식을 따져묻는 날선 비판과 장단기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놓는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해 12월부터 다음달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잠정 중단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이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 중단은 전공의 부족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실제로 길병원을 포함해 일산 백병원, 부산 백병원, 울산대병원, 제주대병원은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를 1명도 받지 못했다.
문제는 불과 4년 전만 해도 80%에 달했던 전고의 지원율이 해마다 떨어지는 점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등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의 전공의 지원율은 지난 2019년 80%에서 이듬해 74%로 소폭 감소한 데 이어 2021년에는 38%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감소세는 다음 해인 2022년 27.5%를 기록해 올해 상반기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15.9%까지 내려앉았다.
전공의 지원율 급감은 상급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응급실·입원병동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입원병동을 갖춘 병원에선 당직 인력까지 포함해 5명의 의료진이 있어야 한다. 소아응급실과 신생아 중환자실, 입원병동을 갖춘 병원을 기준으로 보면 당직을 설 수 있는 인원은 15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에 대입하면 다음달에는 4년차 전공의 180여명이 새로 생긴다. 다만 다시 4년 뒤에는 30명을 갓 넘기는 전공의들밖에 남지 않는다.
서울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찾은 어린이가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인 전공의들은 시대적 상황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해 12월14일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 수련교육 과정에서의 초기 몇년 경험이 미래 본인의 진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에 따라 전공과목 선택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의 경우 어떻게 보면 전공의들의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강민구 회장은 그러면서도 전공의 부족 문제의 해결이 단기간에 쉽게 풀 수 있는 매듭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과 상관없이 지금까지 배출된 전문의 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적다고 할 수 없다"며 "이미 배출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어떻게 배치하고 분배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전문의 취득 후 개원 비율이 다소 높기 때문에 이런 분들을 상급병원으로 끌어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의료현장에선 수가 조정과 같은 일시적인 정책 수정은 미봉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은 분만부터 신생아 관리, 병원 내 진료 및 입원 등 모든 사회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라 단순히 수가를 조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며 "전공의가 부족하니 지원율을 올리자는 것도 단편적인 방안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시행한 정책은 전문성도 없고 소통도 부재한 영혼 없는 정책"이라며 "소아청소년의 건강은 국가 문제인데, 이대로 흘러가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질책했다.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단기적인 지원과 장기적인 접근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단기적인 고용 지원을 위해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적어도 100명 정도 들어오게 하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