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국시 재검토 논쟁…“의료공백 심각” vs “원칙대로”

병상·의료진 부족 심각…정부 '의료계 협조 절실'
의료계 반감 여전…"재시험, 특혜 구제 반대"
전공의단체, 정부 공식 사과와 국시 면제 요구

입력 : 2020-12-21 오전 11:18:36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국시거부 의대생 구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정 총리는 “(재시험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이 바뀌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의대생들의 구제책을 발표할 경우 여론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은평구 서울소방학교에 마련된 코로나19 서울시 생활치료센터를 찾아 의료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의대생들에게 재시험 기회를 줄 가능성이 열려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정 총리는 “공정한가, 절차가 정당한가 하는 여론이 있어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국민 여론 때문에 굉장히 신중했는데, 조만간 정부가 현실적인 여러 상황을 고려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의대생들에 대한 구제책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방향을 선회해 한발 물러선 것이다. 국시 응시를 허용을 통해 의료계의 협력을 도출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실제 정부의 입장에선 의료계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중환자 병상 부족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서울의 경우 가용 코로나19 병상이 바닥을 드러냈으며, 수도권 병상은 경기 2개, 인천 1개 등 단 3곳만 남았다. 서울에서는 병상 부족으로 자택에서 입원을 대기하다 사망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선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21일 YTN라디오에서 “코로나 상황을 떠나서 의료공백이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의사 국가고시 재시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의대 본과 4학년들은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해 국시 실기시험을 거부했다.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은 전체 응시 대상자의 86% 수준으로, 의료계에선 내년에 27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규모 파업을 강행한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글에는 57만명 이상이 동의했으며, 의대생 국시 재응시 검토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가짜여론 반대한다. 국민여론 바뀌지 않았다’, ‘국민 핑계 대지마라’, ‘본인들이 거부했는데 왜 재시험 기회를 주나. 언제 또 변할지 모른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전공의단체에서는 정부의 공식사과와 함께 재시험 대신 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통해 “일부 국립대학병원에 속한 전공의들은 코로나19 병동 업무도 맡으며 과중한 업무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중”이라며 “코로나19 대응 인력 보충을 위해 의대생 국시 면제 및 코로나19 방역 투입을 고려하라”고 밝혔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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