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박효선 기자]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돼 17일 오전 귀국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입국 전 태국에서도 입국 후 인천에서도 '모른다'로 일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김성태 전 회장의 관계를 확신하며 쌍방울 자금이 변호사비 대납 등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김성태 전 회장에게서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가 김 전 회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맡아 진행합니다. 김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인멸 등 혐의를 받습니다.
김성태 둘러싼 ‘배임횡령·이재명 변호사비 대납·대북송금 의혹’
김 전 회장을 둘러싼 의혹은 △4500억원 상당 ‘배임·횡령’ △2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640만 달러 ‘대북 송금 의혹’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됩니다.
검찰은 이 중 김 전 회장에게서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유의미한 진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쌍방울은 2018년 11월 1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 이를 전량 매입한 곳은 착한이인베스트입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되며 쌍방울 ‘비자금 저수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이 회사 최대주주는 김 전 회장입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2018년 11월 인수한 쌍방울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 10억원 가량의 차익을 남겼습니다.
2019년 10월에는 쌍방울이 1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해 희호컴퍼니와 고구려37라는 투자회사에서 이를 각각 50억원씩 사들였습니다. 두 곳 모두 김 전 회장의 친인척, 측근 소유의 투자회사입니다.
해당 CB들은 2020년 2월 쌍방울 계열사 비비안이 전량 매입했습니다. 이에 앞서 비비안은 2019년 12월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이모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8년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당시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맡았던 변호사들 23억원 규모 수임료를 쌍방울이 CB 등을 활용해 대납하도록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과 쌍방울 재무책임자 등은 회삿돈 30억원 가량을 쓰고(횡령), 페이퍼컴퍼니 조합원이 출자한 지분을 김 전 회장 지분으로 바꾸는 등 45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것(배임)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밖에 김 전 회장은 같은 시기(2018~2019년) 쌍방울 계열사 등 임직원들을 동원해 64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72억원)를 중국으로 밀반출해 북측에 전달한 의혹(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도 받습니다.
검찰은 이 대표 경기도지사 시절, 김 전 회장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과 경제협력 사업을 합의한 대가로 북측에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이 합의로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는 북한 희토류 개발 등 사업권을 약정 받았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나노스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김성태, ‘특수통’ 검사 출신 유재만 등 선임
그러나 김 전 회장은 관련 의혹들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이날 이 대표 측과 연락한 적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해서는 “변호사비가 이 대표에게 흘러간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치적 망명 검토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적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법무법인 광장의 유재만(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앞세워 검찰 수사 대응에 나섰습니다. 유 변호사는 검사 시절 ‘대선 불법정치자금’ 사건 관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조사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을 추적하는 등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출신 변호사입니다.
이날은 김 전 회장이 법무법인 광장 소속의 또 다른 변호사와 대동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2018년 이 대표 변호인단과 ‘쌍방울 CB 거래’ 사이의 연관성, 해외 도피 이후 행적 등을 추궁한 뒤 18일 또는 19일까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입니다.
해외 도피 중 태국에서 체포된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인천=김하늬·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