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학생인권조례, 전국 곳곳 폐지·개정 움직임

서울·충남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경기도 개정 준비
강원도는 조례 제정 두고 갈등…전국 곳곳서 논쟁 벌어져
성적 자기결정권·학생 정치 세력화·교사 교육권 등 쟁점

입력 : 2023-01-26 오후 5:05:41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학생인권조례'가 교육 현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의 약진으로 진보 독주 체제가 깨지자 그동안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 또는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는 겁니다.
 
서울시의회 '학생인권조례' 폐지 절차 진행…251개 시민단체 "폐지 막아야"
 
우선 서울에서는 지난해 8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범시민연대'(시민연대)가 6만 40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인 명부'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가 종교와 양심에 근거한 표현조차 혐오 표현으로 간주해 표현의 자유·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면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서울시의회에서는 심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약 해당 청구가 심의를 통과해 다음 달 열리는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 올라가게 된다면 '학생인권조례'의 폐지 가능성도 높습니다. 서울시의회 전체 의원 112명 가운데 76명이 보수 성향의 국민의힘 소속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평등교육실현을위한서울학부모회 등 251개 시민단체는 26일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출범하고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에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막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향후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관철시키려는 시민연대와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대위 간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유리 녹색당 서울시당 공동운영위원장이 26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진행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충남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도 이어져…경기도는 올해 상반기 안에 개정
 
충남도 지난해 8월 한 도민이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청구한 상태입니다. 다음 달 25일까지 1만 2016명이 서명할 경우 발의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와는 별개로 국민의힘 소속 박정식 충남도의원도 올해 하반기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발의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반인권적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경기도는 올해 상반기 안에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0일 국민의힘 초청 '서울시-경기도 미래 교육 방향 모색'을 위한 간담회에서 "자유로움을 침해할 때 책임이 뒤따라야 하듯 학생 인권 조항에도 책임을 분명히 명시해 어겼을 때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경기도교육청은 교권 추락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학생 인권 조례를 개정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는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교권 추락 문제와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연관시키는 건 학생과 교사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10월 전교조 강원지부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나서자 강원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의 단체가 강원학부모단체연합회를 구성하고 격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성적 자기결정권 등 쟁점
 
전국 지방자치단체 인권보호관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서울·경기·인천·광주·전북·충남·제주 등 7개의 시·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거나 인권 전담 부서·인권보호관을 두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주로 학생 인권의 정의를 규정하고 학생인권위원회와 같은 기구들을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례가 찬반 의견이 나뉘는 이유는 몇몇 사항들 때문입니다.
 
먼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고 있는데 보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이 부분이 청소년들에게 동성애 등 바람직하지 않은 성 관념을 주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또 집회의 자유와 정치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항으로 학생들을 정치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습니다. 학생들의 인권만 지나치게 옹호해 교사나 학부모의 교육권을 무시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박내현 서울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부위원장은 "모든 사람은 자기 몸에 대한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학생 역시 마찬가지다. 동성애를 혐오하는 분들이 자신들의 논리에 억지로 이 부분을 끌어들이는 건 옳지 않다"며 "교육권도 학생 인권과 상충하는 게 아니다.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따로 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25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가 26일 진행한 기자회견 현장에서 한 참여자가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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