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영정·위패 달린 분향소 설치해달라”

유가족, "서울시가 분향소 설치 막아…광화문광장 대형화분"
서울시,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는 불법…원칙대로 대응할 것"
유족 측 "추모는 관혼상제…서울시가 철거할 명분 없어"

입력 : 2023-02-06 오후 6:01:20
[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이태원 유가족들이 영정·위패가 달린 분향소를 차려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했습니다. 서울시는 유가족들이 분향소를 무단 설치했다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하며 맞섰습니다.
 
기자회견중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뉴시스
 
이태원 유가족 '영정·위패 있는 분향소' 요구
 
지난 주말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6일 오후 1시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서) 합동분향소를 차렸을 때 영정과 위패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 있다. 국화꽃과 카네이션으로 치장된 마지막 분향소를 차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지난 4일 서울시청 광장에 분향소를 기습 설치한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이 대표는 “분향소를 광화문에 설치하려 했으나 서울시로부터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서울시가 광화문에 수십 개의 대형 화분을 설치하고 경찰들이 철통 보안을 하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이 추모행진을 하던 중 오후 2시경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정오께에는 희생자의 영정사진이 너무 추워보인다며 난로를 반입하려던 유가족 어머니 2명이 경찰에 제지당해 이에 저항하며 사과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쓰러져 엠뷸런스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녹사평역 제안 수용 불가…숨 못 쉬고 죽으라는 얘기”
 
이 대표는 서울시가 제안한 녹사평역 추모공간 설치에도 반대 입장을 표했습니다. 그는 서울시의 제안에 대해 “지하 4층에 추모공간을 설치하라는 것은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사그러들때까지 땅 속으로 들어가 숨 못 쉬고 죽으라는 얘기”라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또한 이 대표가 녹사평역 설치 제안을 거부하자 서울시 부시장이 '더이상 대화할 용의가 없다'고 말했다고 이야기하며 "일을 안하겠다고 하는 건 직무유기고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희생자 이주영 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부대표는 "저희는 여기 이태원 광장에 우리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시민들께 보여드리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하며 "(서울시가) 계고장을 10장, 100장, 수천장을 보내도 우린 여기를 끝까지 지킬 것이다"라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서울시, 분향소 기습 설치는 허용 불가
 
서울시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태원 유가족들의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는 불법이라며 행정대집행을 예고했습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서울광장 분향소 기습 설치는 불특정 시민들의 자유로운 사용을 보장해야 하는 광장에 불법적으로 고정 시설물을 허가 없이 설치하는 것으로 관련 규정상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하며 관련 법령과 판례 규정에 따라서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서울시가 통지한 철거 예고기간을 넘긴 가운데 2차 계고장까지 전달한 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이 대변인은 “판례를 보면 계고를 2회 이상 한 후에 행정대집행을 하게 돼 있다”고 말하며 “그 이후에 관한 내용은 (유가족 측과) 협의가 되고 대화가 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판단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 변호사는 서울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설치된 분향소가 광장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거나 반을 차지해서 통행 불편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조그만 공간에 마련했기 때문에 공익적 해가 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며 "(분향소 설치는) 관혼상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며칠 만에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하는 것은 판례도 없고 전례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피켓 든 참석자들 (출처 = 뉴시스)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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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