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여행사들이 안으로는 과감한 아이디어를 독려하고 밖으로는 여행 정보를 제공하며 '맞춤형 모객' 경쟁에 나섰습니다. 팬데믹이 한풀 꺾이고 여행 수요가 늘었지만, 고물가에 부각된 사치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여행사들의 손님 모시기 전략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전략은 특가입니다. 여행·여가 플랫폼 여기어때는 매주 수요일 해외 여행 왕복 항공권을 9만9000원에 파는 '메가데이' 판촉행사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8일 오사카를 시작으로 15일 제주 편도 2만원, 22일 도쿄 왕복 항공권은 9만9000원에 팝니다. 여기어때는 에어부산과 진에어 등 항공사와 협업해 국내외 특가 라인업을 꾸준히 낼 예정입니다.
둘째는 기존 해외 유명 축제 기획전으로 여행 수요를 선점하는 방법입니다. 하나투어는 일본 벚꽃여행 기획전을 열었습니다. 규슈와 오사카, 교토는 물론 홋카이도, 오키나와, 나고야 여행 상품을 내놨습니다. 인터파크는 대만 등불축제와 일본 삿포로 눈 축제, 브라질 리우 카니발 상품 등으로 수요 선점에 나섰습니다.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탑승수속을 기다리는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셋째는 특정 집단의 억눌린 수요 공략입니다. 노랑풍선은 신혼부부 온라인으로 허니문 박람회를 열고 해외 여행객을 모으고 있습니다. 준비한 여행지는 몰디브와 모리셔스, 발리, 유럽, 호주, 괌·사이판, 하와이, 칸쿤 등입니다. 앞서 인터파크는 지난해 허니문 패키지 상품 이용 인원이 전년비 1604%(17배) 뛰었다고 밝혔습니다.
넷째로 흩어진 여행 정보를 모아 편의를 제공하는 전략이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여행 정보 가뭄이 시작됐는데, 그간 달라진 해외 여행 정보를 보여줘 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식입니다.
인터파크 여행 플랫폼 트리플은 환전과 입국세 등 여행 세부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간 크로아티아 여행객이 유로화를 '쿠나'로 환전해왔지만, 올해부터는 유로화를 쓰면 됩니다. 유럽 여행정보 인증제도(ETIAS)에 따라, 오는 11월부터는 한국을 포함해 비자 면제국민도 여행 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발급 수수료는 7유로(약 1만원)이고 3년간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제한 없이 갈 수 있습니다.
트리플은 세계 인기 도시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최저가 항공권과 특가 호텔, 동선에 따른 날씨·환율·맛집·관광지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며 여행 동선을 짭니다.
눈에 띄는 상품이 많지만, 여행은 결국 사치재입니다. 고물가에 사치재의 상품가치를 올리는 방법은 뚜렷한 차별화입니다. 참좋은여행은 팬데믹 이후 단순 방문이 아닌 문화 콘텐츠 체험 수요가 높아진 경향을 따라 사내 공모전을 열고 입상작 5개를 뽑았습니다. 공모전은 지난해 12월부터 2달간 진행됐는데, 직원 5분의1인 약 50명이 참여했습니다. 참좋은여행의 사내공모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입상작은 동화 속 유럽을 주제로 동화 '라푼젤' 배경 몽생미셸,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배경인 스트라스부르 등을 찾아보는 여행입니다. 길이 10m가 넘는 고래상어를 직접 보는 동남아 여행도 있습니다. 일본의 모든 교통수단을 일정에 넣고 15박 16일 내내 특급호텔에서 자는 555만원짜리 프리미엄 상품 아이디어도 선정됐습니다. 참좋은여행은 입상작의 단점을 보완해 상품화할 계획입니다.
하나투어에선 각 분야 전문가가 동행하는 테마 여행이 각광 받았습니다. 지난해 테마 여행 예약자 중 20~30대가 40.1%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하나투어는 올해 유럽과 일본 예술여행, 동남아 인플루언서 동행 등 MZ 공략을 강화합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여행사 상품이 10~20년 전과 똑같다는 지적이 많았고, 팬데믹 이후 새로운 여행에 대한 요구가 많아 직원들 고민이 컸다"며 "스테디셀러가 있지만 여행사 상품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사내 공모전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