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전장용 MLCC 점유율 두자릿수 '껑충'

1위 무라타 등 일본업체 주춤…삼성전기에 '기회'
올해 전기차 판매 증가세 전년비 30% 예상

입력 : 2023-02-15 오후 3:58:49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삼성전기(009150)가 일본업체들 사이에서 고전중이던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시장에서 올해 점유율을 큰폭으로 확대하며 선두업체 추격에 고삐를 당기고 있습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제품입니다. 일명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해당 시장에서는 그간 삼성전기가 점유율 23%(지난해 3분기 기준)로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는데요. 다만 전장용 MLCC 에서는 후발주자로 출발해 한 자릿 수의 점유율을 유지해왔습니다. 삼성전기는 2016년부터 산업·전장용 MLCC사업을 시작해 2018년 부산에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했는데요. 이같은 분위기가 올해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15일 시장분석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점유율은 지난해 4%에서 올해 13%로 9%p 급상승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반면 1위 무라타, TDK, 타이요 유덴(Taiyo Yuden) 등 선두그룹의 점유율은 모두 3%~5%p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전장용 MLCC 분야의 경쟁업체들은 모두 일본업체 인데요. 이들 점유율을 뺏어오면서 입지를 확대할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같은 배경에는 삼성전기가 출시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시장 선호가 높아진 것이 주요인으로 꼽힙니다. 삼성전기는 범용 제품이 아닌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파워트레인용 고온·고압품 등의 프리미엄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데요.
 
삼성전기가 개발한 0402 MLCC를 손가락 위에 올려놓은 모습. (사진=삼성전기)
 
실제로 삼성전기는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3배 수준의 MLCC가 채용되는 전기차의 판매 증가세를 전년비 30% 이상 예상하고 있습니다. 레벨2 이상 ADAS 기능을 탑재한 차량 보급도 전년비 20% 가까이 확대되는 등 자동차의 전장화 트렌드는 2023년에도 유효할 것으로 보고 관련 제품 생산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특히 고품질 제품의 경우 가혹환경에서도 무결함 동작을 보장하는 품질과 신뢰성 확보가 핵심으로 꼽힙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고신뢰성 재료 개발 등을 통해 제품과 공정 수준을 고도화해 인포테인먼트, ADAS용 뿐만 아니라 파워트레인용 고온, 고압품 라인업도 시장 수요에 맞춰 지속 확대할 것"이라며 "성장성이 높은 글로벌 EV 거래선, 유럽 티어1 거래선 판촉을 강화하고, 신규 거래선 발굴을 지속해 시장을 상회하는 매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기 입장에서는 MLCC의 판매 확대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삼성전기의 매출 의존도는 MLCC를 주력으로 하는 컴포넌트 사업부가 총 매출의 약 45%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MLCC의 매출은 결국 삼성전기의 실적에도 직결되는데요. 실제로 지난 4분기 중국 위주의 거래선에 문제가 생겨 실적 악화로 이어졌죠. 삼성전기의 대표 제품인 MLCC 매출의 50%가 중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차량 가격을 인하는 삼성전기에 기회가 됐습니다. 저용량 자동차용 MLCC에 특화된 삼성전기의 제품을 채택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캐롤라인 첸(Caroline Chen) 트렌드포스 연구원은 "올해 일본 공급업체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저용량 자동차 제품 시장 부문에서 점차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신 중국 본토, 대만, 한국의 공급업체들이 이 부문의 주문을 놓고 싸울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새로 형성된 EV(전기차) 스타트업은 차량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국내업체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입을 모읍니다. 최근에 자동차업계가 전동화를 위한 사업 전환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 업체의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국내에서는 전기차에 대한 것들은 '퍼스트 무버'로 가고 있지만 MLCC 등 핵심 부품들은 아직도 시장 점유율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삼성전기 등) 국내 기업의 점유율 상승은 그만큼 품질도 우수하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품질 뿐만이 아니라 가격, 또 마케팅 전략이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고 볼 수 있어서 제일 중요한 부분들은 이런 가격과 마케팅 전략도 중요하지만 원천기술 확보라든지 좀 더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향후 국내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