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X 울산역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는 23일 ‘울산 KTX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전날 TV토론회에서 김 후보가 해당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한 판결문을 황교안 후보가 꺼내들고, 천하람 후보가 ‘울산 이재명’을 강조하며 총선 필패를 주장하자, 더는 밀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의혹의 출발은 2007년 KTX 울산역 역세권 연결도로가 기존 계획과 달리 김 후보가 1998년 울산시 고문변호사 시절 산 땅을 지나도록 노선이 변경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울산에서 오래 정치 활동을 한 김 후보가 이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막대한 시세 차익을 본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습니다. 다만 김 후보의 '토지 매매'와 '정치 입문(2004년)' 시기가 6년이나 차이 나는 점을 근거로, KTX 울산역 부동산 투기 의혹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①1800배 시세 차익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시세차익'을 둘러싼 진실공방입니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가 3만4920평(평당 약 1097원)의 임야를 3800만원에 구입했는데 이를 인근 아파트부지 평당가(183만원)에 대입하면, 약 640억원의 시세차익을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김 후보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습니다. 자신의 토지는 임야(지난해 4월 기준 공시지가 2270원)인데, 인근 아파트 대지(공시지가 25만원 4600원)를 기준으로 시세를 측정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공시지가를 보면 25년 전에 비해 5배가량 올랐다. 다른 토지의 상승률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재 실거래가에 대해선 말을 아꼈습니다. 이에 천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그래서 지금 얼마라는 겁니까”라고 꼬집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X 울산역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②내부정보 취득
김 후보는 노선 변경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노선이 변경되던 2007년은 초선 의원이어서 영향력을 행사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한 측은 노선 변경을 결정한 박맹우 당시 울산시장과 김 후보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 시장이 3선 연임으로 지방선거 출마가 제한되자 김 후보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을 물려받았다는 의혹입니다.
③터널 도로계획 확정 시기
김 후보가 노선 변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는 또 다른 근거는 본인 땅 밑으로 터널이 뚫린다는 것입니다. 김 후보는 “세상에 자기 땅 밑으로 터널 뚫어 달라고 요구하는 지주 보셨나”라고 항변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 재임 시절 터널 도로계획이 확정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유력안일 뿐 추진 과정에서 바뀔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④용도변경 논란
김 후보 땅에 터널이 뚫린다는 것을 전제로, 터널 입구와 출구 부분은 토지 사용 변경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중간 토지는 용도 변경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 후보는 중간 토지라고 반박하고 있고 황 후보는 터널을 낸다고 해도 김 후보 땅은 터널 입구와 직결되는 곳이라고 주장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