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꿀벌'…참외·수박 농가에 4월까지 18만봉군 필요

꿀벌 이외 곤충 이용 방법 미정립…필요분 약 36억마리
농식품부, 시설원예 농가 대상 인공수분 적극 활용 지원
지자체, 농가에 화분매개용 꿀벌 확보 자금 추가 지급

입력 : 2023-02-27 오후 3:20:2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해 월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꿀벌 농가에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2월부터 4월까지 일부 농가에서 꿀벌 약 18만봉군이 필요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공수분을 활용할 수 있도록 농가를 지원할 방침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과 17일 농촌진흥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와 생산자 단체 등이 참석한 화분매개용 꿀벌 수급점검 회의를 열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2차례에 걸친 회의에서 전문가와 산지 의견을 종합한 결과 채밀이 본격화되기 전인 2~3월 기간 중 일시적인 화분매개용 꿀벌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4월까지 화분매개용 벌을 이용하는 주요 시설원예 작물은 딸기, 토마토, 참외, 수박 등입니다.
 
이 중 토마토와 딸기는 실내 대량 사육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뒤영벌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토마토 재배 농가들은 전량 뒤영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딸기 재배 농가들도 꿀벌 공급이 부족해진 올해 1월 이후 뒤영벌을 대체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참외와 수박은 꿀벌 이외의 화분매개 곤충 이용 방법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과거 꿀벌 이용 상황을 고려했을 때 참외와 수박 농가들에는 2월부터 4월까지 꿀벌 약 18만봉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봉군 1개에 꿀벌 약 2만마리가 들어있는 것을 고려하면 대략 36억마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농식품부는 일시적 화분매개용 꿀벌 수급 불균형에 대응하기 위해 시설원예 농가들이 인공수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참외와 수박 인공수분은 표준 매뉴얼이 마련될 정도로 기술이 안정화돼 있고, 주요 출하지인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인공수분 기술 지도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과 17일 농촌진흥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와 생산자 단체 등이 참석한 화분매개용 꿀벌 수급점검 회의를 열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경북 성주군 월항면 장산리 참외하우스에서 농민이 참외를 수확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농가에서도 일시적인 꿀벌 수급 불균형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각 지자체도 화분매개용 꿀벌을 안정하게 공급하기 위해 농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도수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참외는 통상 인공수분으로 첫 열매(1화방)를 달고 있어 농가의 인공수분 기술 이해도가 높은 편이다. 보통 4월이 지나면 시설하우스 측창을 상시 개방해 자연수분이 이뤄지면서 꿀벌 의존도가 낮아지는데 6600㎡ 이하 소농가들은 이 시기 전까지 인공수분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3월과 4월 주요 수박 출하지인 함안, 의령 등에서는 수박 농가와 양봉 농가가 화분매개용 꿀벌 공급 단가를 합의했습니다. 여기에 맞춰 지자체에서는 한시로 시설원예 농가를 대상으로 화분매개용 꿀벌 확보 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진청의 화분매개 꿀벌 중계를 통해 꿀벌 추가 확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본격 채밀이 이뤄지는 4월부터는 봉군이 신속히 회복돼 원예작물 화분매개용 꿀벌 공급은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농업기술센터, 농협 등은 화분매개용 꿀벌 수급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인공수분 적용에 현장의 어려움이 없도록 기술 지도를 빈틈없이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월동에 들어가기 전인 9월부터 11월까지 약 40~50만봉군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번 피해로 지난해 12월 꿀벌 사육 봉군 수는 약 247만개로 전년 동월 269만개와 비교해 8.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부는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피해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응애는 작은 진드기 또는 좀진드기로 불립니다. 농가들이 방제 적기인 7월에 방제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응애가 이미 확산한 후 방제제를 과다하게 사용해 꿀벌의 면역력을 낮춘 것도 피해를 일으킨 원인으로 분석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일과 17일 농촌진흥청,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와 생산자 단체 등이 참석한 화분매개용 꿀벌 수급점검 회의를 열었다고 27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이승돈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스마트기술을 적용해 작물 재배 농가에서 꿀벌과 뒤영벌 등 화분매개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화분매개용 스마트벌통'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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