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2년 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호황기를 누리면서 화주들을 상대로 갑 위치에 섰던 해운업계 상황이 역변했습니다. 금리 인상과 높은 물가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발생해 해상운임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어, 운임 결정 주도권이 화주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선사들은 화주들과 장기운송계약에 대한 운임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장기운송계약은 보통 해운사들과 화주가 매년 초에 운임을 협상한 뒤, 4~5월 사이 최종 운임률을 정해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에 따라 계약 기간 동안 고정된 운임으로 운항을 시작합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장기운송계약 운임, 해운사 실적에 비중 높아
장기운송계약은 HMM 등 해운업체들 실적을 결정하는 요인입니다. 특히 연 매출 비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선사들이 운임 협상에서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다만 문제는 해상 운임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3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931.08포인트(p)를 기록하면서 지난주(946.68p)대비 1.65%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10일 995.16p로 2년 8개월만에 1000선이 깨진 뒤 3주 연속(△2월17일 974.66p △2월24일 946.68p) 추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요 7개 노선의 운임 역시 모두 하락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미주 서안 노선 운임은 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34달러 떨어지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1200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유럽 항로 운임도 17달러 내린 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865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유럽 항로 운임이 1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 2020년 8월 21일 이후 2년 반 만입니다.
지중해 노선은 5달러 떨어진 1600달러입니다. 호주·뉴질랜드 노선도 23달러 떨어져 346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중동 노선과 남미 노선은 각각 64달러, 25달러 하락한 965달러, 1482달러다. 중동 노선은 지난해 9월30일 이후 20주만에 1000달러 아래로 떨어지게 됐습니다.
SCFI 1000p는 통상 해운사들이 손익분기점으로 여기고 있는 기준선입니다. 따라서 1000선 붕괴는 적자 운항이 시작됐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과거 2017년 평균 SCFI는 938p였는데 당시
HMM(011200)은 4067억원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현재 운임은 2017년보다 더 낮은 상황입니다.
SCFI는 지난해 1월 사상 최고치인 5109.60p를 기록한 뒤 내림세가 계속됐습니다. 고물가 시기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했고,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현상의 지속, 물동량 감소로 1년 만에 5분의 1 수준까지 폭락했습니다. 하락 폭은 80%입니다.
업계 특성상 계절적인 비수기(1·4분기)가 현재 시기인 점도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부 해운업계에서는 중국의 춘절 전후로 물동량이 급증해 운임을 올릴 것이란 예측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춘절 이후에도 나날이 하락세가 계속되며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미국과 중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축소 기조에 물동량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 해운업 전망은 한층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당시 공급 대란으로 현재 각국이 무역 활성화 대신 역내 생산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운 경기 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얘기입니다.
이같이 계속되는 운임하락이 장기운송계약에 대한 주도권을 완전히 바꿨다는 설명입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에 선복량 부족 등으로 운임은 해운업체가 부르는 게 값이었다"며 "공급 대란이라는 용어까지 나오면서 선사들이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지만 현재 협상 테이블 분위기가 정반대로 전환됐다"고 말했습니다.
해운사, 우량 화주 확보·비용절감 집중
이에 해운업체들은 비용 절감과 우량 화주 확보를 통해 대응할 계획입니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2020년 이후 비용절감에 집중하고 있다"며 "효율이 좋은 초대형선 비율을 높이고 글로벌 환경규제에 선제 대응해 시장 정상화 시기 수익성을 높여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며 "우량 화주를 확보하기 위한 영업력 역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7월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