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경제 제재에 나선 미국·유럽연합 국가들과 달리 경제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인도가 오히려 러시아산 수입을 늘리고 있어 서방 국가와의 마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경제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향후 인도의 통상·외교 정책 조정도 우려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국제문제에 대해 실용주의적 노선에 따라 인도의 움직임이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전략 수립 반영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세계경제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대러시아 수입은 전년 대비 338% 증가한 361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러 수입액은 전년 대비 51% 감소한 145억달러에 그쳤고, EU의 수입도 감소세였습니다.
인도 수입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4%에서 2022년 5%로 급등했습니다. 이로써 러시아는 지난해 인도의 6위 수입대상국이 됐습니다. 전년에는 21위였습니다.
주요 수입 품목은 원유, 화학비료, 해바라기씨유로 생활물가와 핵심 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었습니다.
지난해 인도의 대러시아 원유 수입의 경우 전년보다 9.7배 증가한 223억달러로 나타났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제재해 가격이 폭락하자 이를 인도가 대거 사들였다는 분석입니다.
비료 수입은 전년 대비 460% 급증한 27억달러, 동식물성유지 수입은 199% 증가한 9억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인도는 앞으로도 러시아로부터의 수입 확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도 정부는 자국 경제 안정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러시아산 제품에 대한 수입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주요 서방국가들도 인도와의 경제·안보 관계를 고려해 비판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대외연은 설명했습니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는 인도를 주요 경제·안보 파트너로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김경훈 대외연 세계지역연구센터 인도남아시아팀 부연구위원은 "대러시아 수입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러시아가 당분간 인도의 주요한 수입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나, 중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며 "러시아가 인도와 영토분쟁 중인 중국과 관계를 강화하거나 인도-서방국가 간 안보협력에 따라 인도의 무기 수입 다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인도가 러시아에 대해 점진적으로 거리두기를 시작하고 대러시아 제재에 묵시적·부분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규모 에너지 및 식량 교역 국가인 인도가 해당 분야에서 통상 및 외교 정책을 조정할 경우 글로벌 자원가격과 우리나라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관련 동향을 지속해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세계경제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의 대러시아 수입은 전년 대비 338% 증가한 361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추모행사가 열린 모습. (사진=AP/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