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개막…인적분할·책임경영 화두

주주제안 상정 기업 1년 새 2배 가까이 늘어
기관투자자·소액투자자 적극적 의결권 행사

입력 : 2023-03-1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본격 개막하는 가운데 주주권 행사가 예년보다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인적분할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는 양상인데요. 특히 주총 안건으로 상정된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의 주주 제안이 수용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주주제안 상정 기업 1년 새 2배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주총 때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올린 12월 결산 법인 상장사는 지난 10일 기준 34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18곳 대비 약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인데요. 안건별로 살펴보면 이사·감사·감사위원 등의 선임 안건이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현금과 주식배당이 21건, 정관 변경 15건, 주식의 취득·소각·처분이 7건이었습니다.
 
우선 경영진과 주주들 사이 표 대결이 예상되는 JB금융지주(175330)·KT&G(033780)·BYC(001460)·태광산업(003240)·OCI(010060)의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JB금융지주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가 '1주당 900원 현금배당'을 주주 제안으로 제시했으나 받아들일 수 없다며 1주당 715원 배당 방침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재 JB금융의 최대 주주는 14.61%를 보유한 삼양사와 관계사들이고 2대 주주는 14.04%를 보유한 얼라인입니다. 
 
KT&G 주주총회에서도 KT&G와 행동주의 펀드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의 표 대결이 예상되는데요. FCP는 KT&G의 100% 자회사인 KGC인삼공사 분리 등을 요구하며 지난 1월부터 주주제안서를 보냈습니다. 오는 28일 예정된 주총에서는 현금배당 안건에서는 1만원을 상정했어요. KT&G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요구하는 배당 규모가 회사의 성장을 저해할 정도로 크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 지분 8.13%를 가지고 있는 2대 주주인데, 대주주 일가 부당 지원 의혹을 제기하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고 있어요.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이기도 한데요. 액면분할 실시, 1주당 1만원 현금배당, 5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 추천 등을 안건으로 요구했습니다. 안건 가운데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추천이 주주총회 표 대결로 갈 승산이 높은 상황입니다. 
 
OCI는 오는 22일 개최되는 주총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OCI는 지주회사인 OCI홀딩스와 사업회사인 OCI로 나뉩니다. 다만 인적분할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지배권이 강화된다는 인식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반감이 높은 상황인데요. 지난달 열린 현대백화점 임시주주총회에서도 인적분할 안건이 부결된 바 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시스)

소액주주 연대·기관 투자자 목소리 낸다 
 
주주행동주의 바람으로 올해 주총에서 주주 제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KT(030200) 정기주주총회 사전 전자투표에서 지분율이 약 57%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차기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서 어떤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5일 개설된 주주 모임 커뮤니티에는 현재까지 약 1300여명이 가입했으며 주총에서 목소리를 낼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DB하이텍(000990) 소액주주 연대는 반도체 설계(팹리스)을 자회사로 분사하는 물적분할에 반대하고 있는데요. DB하이텍은 29일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물적분할 건을 안건으로 상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소액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진행되고 신설회사가 상장되면 기존 회사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서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투자자의 권리의식 확대와 정부의 투자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 등으로 주주행동주의는 점차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개인들의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의 비중이 늘면서 기업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따른 당연한 결과겠죠. 여기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주주들의 부응에 기대하기 위해 일부 기업에서는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한편 정관 변경을 통해 ESG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안건 가결 여부를 떠나 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은 경영진에게 긍정적인 견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주권리 확대 흐름에 맞춰 금융당국 역시 주주권리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국내 상장사들이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먼저 정한 뒤 배당액을 확정하던 관행을 없애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배당액이 미리 공개되면 해당 종목에 대한 매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배당 확대를 고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상장사 결산 배당 절차를 바꾸려면 정관을 개정해야 하는데, 올해 바뀐 정관은 내년 결산배당부터 적용됩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참여 비중과 관심도가 증가해 국내 행동주의가 확대됐다"면서 "이에 따라 행동주의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이 사회적 동의와 추진력을 얻기 쉬운 환경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이어 "행동주의 펀드의 전유물로 알려진 주주제안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자본주의가 발전할수록 주주권은 창업주에게서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에게 분산된다"고 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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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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