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관계사, 감사보고서 지연…높아진 상장폐지 가능성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에 비적정 우려↑
'적정' 나와도 법원 판결따라 상폐 가능
CB 투자자, 투자금 회수 ’엑소더스‘ 현실화

입력 : 2023-03-2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관계사인 비덴트(121800), 인바이오젠(101140), 버킷스튜디오(066410)의 감사 결과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12월 결산법인의 감사보고서 제출 기일이 종료됐지만 감사보고서 제출이 지연되고 있어섭니다. 빗썸 관계사들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씨는 횡령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상황. 이에 빗썸 관계사들의 감사의견이 ‘비적정’으로 나올 가능성도 높아졌는데요. 감사가 늦어진다는 건 그만큼 감사의견 비적정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가 됩니다. 통상 회계에 문제 있는 기업들의 감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죠.
 
관계사들은 ‘적정’ 의견 수령을 통한 상장 유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가 모두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더라도 상장폐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강씨의 사법리스크 때문인데요. 빗썸 관계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씨가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관계사들 역시 상장폐지될 수 있습니다.  
 
빗썸 관계사,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비적정 우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 (사진=뉴시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덴트는 지난 23일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신고를 공시했습니다. 앞서 감사보고서 지연공시를 했던 인바이오젠과 버킷스튜디오에 이어 비덴트도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을 넘긴겁니다.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의 정기 주주총회 예정일은 오는 31일로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은 지난 23일까지 였습니다. 
 
통상 감사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는 것은 감사의견에 대한 부정적 신호로 읽히는데요. 빗썸 관계사들의 실질적 소유주라 알려진 강종현씨가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만큼, 이들 계열사의 감사보고서 결과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강종현씨는 빗썸 관계사 법인카드를 유용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선물들을 뿌렸다고 전해집니다. 또 비덴트의 비상장 계열사인 휴대폰 판매업체 아이티를 통해 자금을 빼돌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죠.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강씨는 빗썸 관계사의 법인카드를 이용해 유명 연예인들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강남 고급 음식점의 VIP카드를 선물로 뿌리고 다녔다”며 “아이티 역시 실질적으로 관리했다”고 말했습니다. 모두 사실이라면 감사보고서에서 회계 문제가 나올 수 있는 사항입니다.
 
비적정 감사의견은 의견거절, 부적정, 한정 등 세 종류를 포괄합니다. 이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입니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을 경우 이의신청을 진행할 수 있고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1년 이내)를 결정하는데요. 당장 상장폐지가 되지 않더라도 장기간 거래정지를 피할 수 없죠.
 
상법 시행령은 상장사들이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정기 주주총회 일주일 전까지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빗썸 관계사들의 주총 예정일은 오는 31일로 23일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어야 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은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며 “회계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이 감사보고서 제출을 지연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 감사의견 비적정이 나왔던 기업들의 경우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상장폐지 기업 171개사 중 결산 관련 상장폐지 기업이 48개사로 28.1%를 차지했습니다. 5년간 결산 관련 상장폐지 사유 중에는 ‘감사의견 비적정’(91.7%)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죠.
 
다만 회사측은 강씨의 사법리스크가 이번 회계 감사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덴트 관계자는 “가공의 매출을 기록했다거나 비용을 계상, 누락하는 등의 장부를 조작한 것이 없기 떄문에 강씨의 횡령 등이 계열사의 회계 감사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아무래도 사법리스크가 있다보니 회계법인에서도 더 신중히 들여다보느라 감사보고서 제출도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계열사들 역시 감사보고서 적정 의견 수령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적정' 나와도 강종현 리스크…법원 판결따라 상폐 가능
 
강종현 씨가 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 빗썸 관계사들의 경우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나오더라도 사법 리스크에 따른 상장폐지 우려가 남아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당우증)는 지난 22일 오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씨와 빗썸 관계사 대표 조모씨, 관계사 직원 등 4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강씨는 자신을 “현재 무직 상태”라고 밝혔는데요. 
 
강씨가 빗썸 관계사 내에서 공식적인 직함이 없었더라도 검찰 수사를 통해 횡령사실과 빗썸 관계사의 실질적 소유주라는 것이 밝혀질 경우 상장폐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 임직원의 횡령·배임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된다”며 “공식적 직함을 가진 임원이 아니더라도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에 해당할 경우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씨는 과거 비덴트,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의 회장 직함을 활용해 실질적으로 회사를 지배, 운영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이는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초록뱀과 위메이드(112040) 등 비덴트와 전환사채(CB) 거래를 했던 투자자들이 강씨 수사가 시작되자 투자금을 회수했다”면서 “상장폐지 가능성 등을 우려해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비덴트가 발행했던 15~18회차 CB중 16~18회차 CB는 현재 모두 조기 상환된 상황입니다. 비덴트의 18회차 CB를 보유했던 초록뱀컴퍼니(052300)는 지난해 10월 보유한 CB 전액을 조기 상환했고,  17~18회차 CB를 매입했던 초록뱀신기술조합도 18회차 CB를 전액 상환했고, 지난달 27일에는 17회차 CB를 전액 상환했죠. 
 
비덴트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총 800억원 투자하며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선 위메이드도 자금을 회수했습니다. 지난해 7월 위메이드는 호연아트펀드1호가 보유한 비덴트 16회차 BW 500억원을 인수하며 비덴트의 경영에 참여했는데요. 같은달 200억원의 BW에 콜옵션(매도청구권)이 행사된데 이어 12월에는 300억원의 BW마저 매각했습니다. 이와 함께 투자 목적 역시 ‘경영권 영향’에서 ‘단순투자’로 변경. 비덴트와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한편,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관계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씨는 CB 차명거래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상황입니다. 강씨 등은 202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빗썸 관계사에서 628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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