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정부가 2분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하면서 민생고와 에너지 공기업 재정난의 딜레마가 장고에 빠진 형국입니다. 서민생활 안정과 국제 에너지가격 추이, 물가, 공기업 재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조속한 시일 내에 발표한다는 입장이나 올겨울 '난방비 폭탄'처럼 여름철 '냉방비 폭탄'이 된서리 맞을 수 있는 악수만 자초하는 꼴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되,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긴급 민생대책 등 묘수 마련이 선결과제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5조333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예상됩니다. 지난해 1분기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폭은 줄였지만 여전히 어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한전은 2분기에도 2조908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돼 마이너스 탈출이 좀처럼 쉽지 않은 형국입니다.
지난해에도 한전은 누적 32조6034억원 적자를 내며 사상 최대 손실을 낸 바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공급망 불안으로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이를 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4·7·10월 3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kWh)당 19.3원(약 20%) 올렸습니다. 예년과 비교하면 높은 인상 폭이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이 더욱 큰 폭으로 오른 탓에 한전의 적자는 최악으로 쌓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5조333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예상됩니다. 사진은 한국전력 사옥. (사진=뉴시스)
올해도 '팔면 팔수록 손해'인 장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전은 올 1월 전기를 kWh당 164.2원에 사서 147.0원에 판매했습니다. 1kWh당 17.2원, 운영비를 뺀 원가만으로도 약 12% 밑지고 판매한 셈입니다.
가스공사 사정도 비슷합니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미수금은 8조6000억원 규모입니다. 미수금은 요금에 에너지 가격 인상 요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부로부터 나중에 받기로 한 금액을 말합니다.
가스공사가 재무제표상 적용하는 회계 처리 방식으로, 사실상 손실에 해당합니다. 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하면 가스공사는 올해 13조원까지 미수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위기가 이처럼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요금 인상을 망설이는 것은 국민의 물가 부담 때문입니다. 지난 겨울 앞서 올린 가스비 여파로 인한 난방비 폭탄 원성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1월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28.3% 급등한 바 있습니다. 에너지 외 다른 물가도 전반적으로 크게 뛰면서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해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물가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공기업 적자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아 딜레마인 형국입니다. 한전이나 가스공사가 부실기업이 될 경우 금융시장의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기업 경영난을 고려해 에너지 요금은 현실화하되, 서민 부담을 낮추기 위한 지원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연료의 원가에 상응해 가격을 책정해야 소비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에너지를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다만 인상할 때는 영세 사업자나 저소득층,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2분기 요금을 동결한다는 것은 아니며 여론수렴을 거칠 것"이라며 "만약 추후 인상하게 되더라도 소급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5조3333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이 예상됩니다. 사진은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규탄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