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세월호 9주기 팽목항…잊지 않은 사람들

세월호 참사 9주기 맞아 팽목항에 200여명 추모객 모여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들 많아…휴일 맞아 첫 방문한 사람도
오후 4시 16분 전국 각지에서 추모 묵념해

입력 : 2023-04-16 오후 7:52:45
 
 
[팽목항(전남 진도)=뉴스토마토 정동진 기자] “첫째 아이가 10살 생일이 되니 우리 여기(팽목항) 가야 하지 않냐고 올해는 먼저 얘기를 해주더라구요”
 
충남에서 온 청소년지도사 최원준 씨는 올해로 7년째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그의 첫째 아이는 2014년 4월 13년생으로, 최 씨는 산부인과에서 세월호 참사 소식을 처음 듣게 됐습니다. 최씨는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이전되고부터 첫째 아이의 생일 즈음에 안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매년 이곳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9주기 맞은 팽목항 기억식추모 조형물 앞 햄버거와 과자 올려놓기도
 
16일 전남 진도에 위치한 팽목항에는 200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방문객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꾸준히 사람들이 발걸음을 남기며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팽목항 추모 조형물 옆에는 방문객들이 햄버거와 과자 등을 올려놓기도 했습니다. 이날 기억식에는 유독 아이들과 함께 팽목항을 찾은 가족들이 많았습니다. 
 
추모 조형물에 놓인 햄버거와 과자 (사진 = 정동진 기자)
 
나주에서 온 50대 봉모 씨는 5학년 딸에게 세월호 사건을 알려주기 위해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배우긴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있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남 장성군에 있는 마을학교에서도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솔바람마을학교 대표 권오산씨는 “이태원 참사도 있었지만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공간들이 필요한데 (그런 공간들이 사라져가는 것이) 안타깝다”며 “올해로 3년째 (4.16 기억식에) 참여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형 누나들의 사고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같이 마음을 모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추모 리본 붙이는 아이들 (사진 = 정동진 기자)
 
희생자 초성 새기는 행사 진행휴일 맞아 처음으로 팽목항 찾는 사람도
 
이날 팽목항에는 방파제(기억의 벽)에 희생자의 이름 초성을 새기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기억의 벽을 조성한 작가들이 모여 304명의 세월호 희생자들의 초성을 새기며 ‘희생자들의 이야기도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팽목항을 찾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자신을 용인에서 온 62세 할머니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빚을 갚는 기분’으로 팽목항을 찾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리들의 날아가려는 기억을 묶어놓으려 노력하는 분들이 많은 것에 감사하고, 그들에게 빚진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여기(팽목항)을 멀다는 핑계로 한 번도 오지 못해서 한 번 와 보고 싶었다”며 “여기서 이 분들이 계속 투쟁하는 한 해결 될 때까지 힘을 보태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동갑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57세 정남수 씨도 휴일을 맞아 처음으로 팽목항을 찾았습니다. 정씨 또한 “아들하고 나이가 같은 아이들이 희생된 곳이라 언젠가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집사람이 오자고 해서 오게 됐다”고 설명하며 “(팽목항에 오니) 이런 부분들이 잊혀져서는 안될 것 같다”고 방문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후 4시 16분 전국 각지 묵념 하며 마무리"기억하지 않으면 되풀이 될 것"
 
이날 행사는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을 의미하는 4시 16분에 기억식이 열리는 전국 각 지역에서 동시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묵념을 하며 마무리됐습니다. 올해 기억식은 안산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팽목항엔 국회의원도, 유가족도 없었지만 어른들은 각자의 이유로 이곳에 모여 아이들을 추모했습니다. 
 
임정자 팽목바람길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초기보다는 (방문객이) 줄었지만 신기하게도 이 먼 곳을 굳이 노인 부부가, 학생들이, 부모님들이 애들을 데리고 와요. 9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활동하거나 방문하기가 어려운 시기인데, 기억을 하지 않으면 되풀이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4월 16일이 되면 (사람들이)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팽목항 방문한 추모객들 (사진 = 정동진 기자)
 
팽목항(전남 진도) = 정동진 기자 com2d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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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