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한국맥도날드 인수 포기한다

27일 동원그룹 "한국맥도날드 인수 절차 중단"
3개월 마라톤 협상…양측 입장 차 좁히지 못해
한국맥도날드, 향후 새 주인 찾기 난항 예상

입력 : 2023-04-27 오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동원그룹이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올해 1월부터 야심 차게 인수합병(M&A) 협상을 추진해왔지만, 상호 인수 가격, 운영 지침에 관한 입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협상이 중단된 것입니다.
 
이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협상 기간이 예상 밖으로 너무 길어진 데다, 협상 진행 중에 맥도날드 측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맥도날드의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27일 동원그룹은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위한 절차를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위한 오랜 협상 절차를 밟아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원산업은 외식 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1월 17일 한국맥도날드 한국 마스터 프랜차이즈 권리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후 양사는 1차 실사를 추진하고 약 3개월간 가격 협상을 벌여왔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인수 관련 절차를 전면 중단하게 됐습니다.
 
인수 결렬에 대해 양측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는 인수 가격, 로열티 등에서 마찰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맥도날드가 내놓은 매각가는 5000억원이지만, 동원산업 측은 2000억원 미만 수준으로 인수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게다가 한국맥도날드가 지난 14일 유상증자를 실시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한국맥도날드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작년 말 기준 699억1512만원에서 701억2850만원으로 약 2억1338만원 늘렸는데요. 매각 작업 장기화를 감안해 한국맥도날드가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자금 조달 차원의 증자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고,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매장 수를 확대 중에 있다. 오는 2030년까지 500호 매장을 오픈하는 것이 목표"라며 "신규 매장들은 주로 드라이브 스루(DT) 매장 형태로 선보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고객 접점 확대와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차원에서 이번 증자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맥도날드의 매각 추진은 지난 2016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향후 한국맥도날드가 새 주인 찾는데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2016년 당시 글로벌 사모펀드 회사 칼라일이 매일유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추진하다 매일유업의 포기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식품 제조, 식자재 관리 및 유통 노하우 등을 고려했을 때 동원그룹이 맥도날드 인수에 적격이라 판단됐는데 양측 입장 차가 매우 컸던 것 같다"며 "세간에 알려진 인수 가격, 운영 지침 등 조건을 무리 없이 받아들일만한 국내 다른 식품 기업들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맥도날드가 주인을 찾는데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한 시민이 서울 맥도날드 매장을 지나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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