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이 미국 현지 기업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합작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등 배터리 동맹을 맺었지만, 미국은 오히려 추가 규제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중 미국이 핵심광물 분야의 공급망 구축과 관련해 IRA의 인센티브 조항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추가 조치를 예고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과 손을 잡고 배터리 공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삼성SDI는 GM과 손잡고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약 30억달러(약 4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 이뤄진 한미 양국 간 기술동맹이 이뤄진 점이 성과로 꼽히고 있습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삼성SDI와 GM의 합작공장 발표 후 얼마있지 않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핵심광물 분야의 공급망 구축과 관련해 IRA의 인센티브 조항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추가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은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 대담에서 "전체 핵심광물 80% 이상이 중국에서 가공돼 핵심 광물의 공급망이 무기화 위험에 처했다"며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이번 추가 조치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입니다. 실제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이 전구체와 리튬 등 핵심 광물을 조달할 목적으로 국내외에 합작법인을 세우거나 공동 투자한 프로젝트는 10곳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배터리의 광물 규정이 미국 IRA의 전기차 보조금 적용 여부를 결정 짓는 핵심 키로 다가오면서 중국과의 합작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설리번 보좌관은 "시장 인센티브와 관련해선 IRA가 많은 인센티브를 창출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며 "현재 우리 상황과 향후 목표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방미시기에 접견을 요청한 일론머스크 미국 전기차 전문 브랜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자리에서도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테슬라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의 국내 유치를 당부했지만 확정적인 대답을 못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서 기가팩토리 공장에 대해 언급이 됐지만, 인사치레 형태로 봐야할지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유치를 연일 구애를 청하고 있지만, 사실상 인도네시아 등 타 국가에 유치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실제 2차전지 핵심소재인 니켈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는 자동차 잠재 수요도 더 많고, 동남아 시장의 판매 거점으로 삼기에도 좋기 때문입니다.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이기 때문에 한국의 배터리 업체들은 오히려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는 시각이 존재합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접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