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1년)규제완화 일색…경제민주화 실종

기업집단 지배구조 관련 규제 완화 일변도
친족범위 축소, 법인세 인하…공시대상기업 기준·금산분리 완화도
법인세 내려줬는데 실적 악화에 세수 감소 걱정

입력 : 2023-05-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집단 지배구조 규제 완화가 폭넓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정경유착, 경영권 세습 등 폐단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과 상법 규제가 국회를 거쳐 강화됐었지만 윤 정부에서 하위 법령 개정으로 다시 풀어주는 양상입니다. 이로 인해 경제력집중 현상이 심화되면 경제활성화도 어렵고 오래된 재벌 병폐도 끊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법으로 높인 규제, 법령으로 낮춰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집단 동일인의 친족 범위가 축소됐습니다. 혈족 4촌을 인척 3촌까지로 축소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작년 5월 기준 친족수는 6555명에서 3325명까지 49.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그 이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규제 대상 회사의 자회사까지 사익편취규제를 확대 적용한 것과 대치됩니다. 친족 범위는 기업집단 규제 범위를 정하는 주요 항목입니다.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세대가 바뀌며 방계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친족 범위 축소로 이들 방계회사로부터 사익편취 규모가 증가할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부는 나아가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익편취규제는 공시대상기업집단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이또한 규제대상범위를 줄이는 방안과 중첩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정기준 완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진행하며 결과를 바탕으로 규정을 고칠 계획입니다. 국내총생산액에 연동하는 방안, 자산 기준금액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같은 업무보고를 한 바 있습니다. 자산기준을 조정하는 형태는 기존 5조원에서 7조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됐습니다. 7조원으로 높이면 작년 5월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은 76개에서 56개로 20개나 줄어들 전망입니다. 이밖에도 공정위는 최근 사익편취규제 심사지침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심사지침상 물량몰아주기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합리적 고려’ 중 2가지 모두 만족해야 되는 기존 규정을 하나만 거쳐도 되도록 하는 등 규제완화 내용이 섞여 있습니다.
 
최근에는 복수의결권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법안은 처음 문재인정부에서 발의됐지만 윤석열정부에서 최종 도입됐습니다. 학계나 시민단체는 복수의결권을 반대해왔습니다. 경영권 참호를 구축해 사익편취 증가, 지배권 영속화, 경제력 집중 고착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적은 자본으로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소유와 지배 괴리 수단으로 복수의결권이 활용될 수 있다”며 “경영참호화가 이뤄져 경영을 못해도 경영권 교체가 일어나기 어렵고 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법안 취지에 부합되지 않을 뿐 아니라 벤처버블을 야기하고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수 있으며 (규정상)10년쯤 후에는 상장기업에도 복수의결권 주식을 허용해야 된다는 여론몰이에 악용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정위도 금융위도 규제 완화
 
금융위와 공정위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상 금융사의 의결권 제한, 지주회사의 금융 및 비금융사 동시 소유 금지 등을 개편 검토 중입니다. 금융위는 은행권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은행업 허가 기준을 낮춰주는 쪽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당초 금산분리 규제는 금융자본과 결합된 산업자본의 경제력 집중 강화와 이러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불공정행위가 일어날 것을 막는다는 취지이지만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의 명분에 약화되고 있습니다. 박 교수는 “재벌에게 은행업을 허용한다면 재앙적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피해에다 경제 전반에 위험이 전이되는 시스템 리스크가 훨씬 크게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산복합기업집단의 경우 성공할 때는 기업이 성공 이익을 오로지 가져가고 실패하면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해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구제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 정부의 대표적인 친기업 정책은 법인세 인하, 투자세액공제 등 감세입니다. 최근 기업 실적이 감소하면서 이러한 감세 정책은 세수 감소 부담, 재정건전성 악화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윤 정부 내내 높은 원달러 환율이 유지되면서 수출산업 중심의 대기업들이 이익을 크게 누렸지만 정작 국가에 내는 세금은 줄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위평량 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이 없다”며 “수출 드라이브를 거는데 작년 475억달러 무역적자를 올해 벌써  3개월 만에 넘어섰다.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국세가 15조7000억원이 덜 걷혔다. 정책의 전망, 경제 전망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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