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김유진 기자]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정책적 토대가 마련됐지만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늦장 법안 통과를 지적하면서도 기존 균형발전 정책의 부족한 점을 되돌아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키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예산이 제대로 투입되지 않을 경우 법안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9일 <뉴스토마토>가 4인의 경제·행정·지리 전문가를 대상으로 우리나라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문의한 결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 본회의 통과는 균형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지난 25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지방시대위원회가 오는 7월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시·도는 지방시대 계획을 기초로 중앙부처가 수립한 부문별 계획을 반영하는 등 '지방시대 종합계획(5년 단위)'이 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승인을 거쳐 수립됩니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특별법이 통과되지 않아 1년 동안 허송세월을 보냈다. 늑장 추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이번에 통과가 되면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여건은 조성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도 "균형발전이 되려면 법·제도적인 기반이 필요하다"며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런 법안 통과는 필수적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김호범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만 바꾸고 예산은 제대로 투입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며 "2005년도 균특회계(국가균형발전회계)가 5조4000억원 수준이었고 2009년에 9조6000억원이었는데, 2021년에도 10조3000억원에 불과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나라 GDP도, 경제 규모도, 정부 재정도 늘었는데 균형발전 예산은 거의 그대로인 수준"이라고 "예산을 지역 경제 활성화가 아닌 문화예술계, 균형발전과 관계없는 상하수도 정비 사업 등에 투입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는 균형발전 정책도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대 때 정책을 이명박 정부 들어 뒤집고, 다시 문재인 정부에서 원래 노무현 정부 시대로 다시 바꿨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균형발전 정책이 왔다갔다하면서 일관성이 없으니 효과가 극대화되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진종헌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는 "새 정부에서 균형발전 차원에서 하는 대표적인 사업이 기회발전특구"라며 "기존에도 혁신도시, 도심융합특구 사업 등 혁신 거점들을 만드는 사업이 많았는데 기회발전특구를 이런 기존 사업들에서 어떻게 배치할 것이냐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하나의 개별 사업으로만 고민하게 되면 이 사업들 간 경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너지를 높이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법안이 제정됐지만 효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 교수는 "이 법이 만들어졌다고 수도권 지방 격차가 좁혀지거나 바로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인천·경기가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넘었고. 여기에서 태어난 젊은 사람들은 균형발전에 대한 생각이 좀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수도권의 공감대를 일으키면서 균형발전을 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 교수는 "기존의 균형발전 정책에서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를 보고, 어떤 식으로 발전적으로 키워야 할지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또 윤 정부에선 뭘 하겠다는 건지, 그것이 타당성이 높은지도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29일 <뉴스토마토>가 4인의 경제·행정·지리 전문가에 우리나라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문의한 결과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 본회의 통과는 균형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사진은 여의도역 인근.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김유진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