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금감원 사정 칼바람…재계 ‘자라목’

조사당국 내사 중인 그룹 명단 재계에 거론
재계 "총선 앞두고 표적 될까 몸사려"

입력 : 2023-06-01 오후 3:33:48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세청·금감원 등 조사당국의 사정 칼날이 매섭습니다. 재계에서는 당국이 내사 중인 몇몇 그룹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재계는 총선을 앞둔 국면이라 사정 당국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더욱 몸을 사리는 분위기입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국세청은 역외탈세혐의자 52명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는데 앞서 모 그룹 총수의 해외 자산 등에 대한 역외탈세 혐의를 두고 내사가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다른 그룹은 총수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를 확보했다는 소문도 나돕니다.
 
국세청은 최근 부당 국제거래로 국부를 유출하는 등 역외탈세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왔습니다. 역외탈세 유형에는 기업이 많습니다. 전날 발표된 세무조사 대상에도 현지법인을 이용해 수출거래를 조작한 수출업체, 투자수익을 부당 반출한 사모펀드 및 역외 편법 증여한 자산가, 사업구조를 위장해 국내소득을 유출한 다국적 기업 등이 포함됐습니다.
오호선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난달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세무조사 계획을 밝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국세청은 올해부터 역외탈세 세무조사 부과세액을 대표 성과지표로 선정해 조사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국 동시 역외탈세조사에서는 세법과 조세조약에 따라 일시보관·디지털 포렌식·금융추적조사·과세당국 간 정보교환 등 가용한 집행수단을 총동원해 추적·과세했습니다.
 
금감원도 조사 인력을 대폭 늘려 연말까지 특별단속반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또 불공정거래 조사 강화 차원에서 특별조사팀, 정보수집전담반, 디지털조사대응반을 신설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습니다. 조사업무에 기여한 제보자에 대해서는 적극 포상하고 사모CB(전환사채) 등 다양한 기획조사도 실시 중입니다.
 
대기업이 연루된 사건 유형이 많은 사모CB의 경우 1월부터 금감원 전 조사부서가 불공정거래 기획조사에 착수해 현재 11건 조사를 완료했습니다. 최종 조치까지 완료된 6건의 경우 패스트트랙 등을 통해 검찰에 이첩했습니다. 금감원은 잔여 사건들에 대해서도 속도감 있게 조사를 완료한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등 특정 사건이 조사 인력을 보강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으나 기업 경영진이나 총수일가 등이 연루될 사건 유형이 많아 재계에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기업 회계장부 등을 들여다보기 위해선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한 검찰과 달리 이들 사정당국은 관련 조사가 수월합니다. 원래 금융권에 대한 조사가 강했는데 타깃이 재계로 이동했다는 후문입니다. 검찰 조사가 난무했던 과거 정권들과 달리 현 정권에선 국세청과 금감원이 더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은행, 보험사 등 금융권에 대한 조사 강도가 압수수색을 하다시피 강해져 반면교사로 재계도 긴장하고 있다”면서 “그룹들이 총선을 앞두고 혹여 여론재판의 제물이 되지 않을까 바짝 엎드린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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