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보조' 검증 대상 4배 더 늘어…범죄자 양산보단 회계 지원해야

외부 검증 대상 기준 보조금 3억원→1억원 확대
회계 투명성 공감대…시민단체 길들이기 시선도
때마침 '전장연' 보조금 수사 착수…"1원도 안 받았다"
"회계 교육 지원 등 프로그램 마련해야…범죄자만 양산"

입력 : 2023-06-14 오전 5: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달 말부터 외부 검증을 받는 민간단체의 국고 보조금 기준이 1억원으로 강화되면서 '국비 보조' 검증 대상은 4배 더 늘어납니다. 
 
특히 회계 부정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에 대한 검증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민사회단체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길들이기를 위한 수순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부는 13일 '제24회 국무회의를 통해 보조금법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민간 보조 사업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 대상은 보조금 총액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확대됩니다.
 
이번 개정령안이 시행되면 외부 검증 대상이 되는 단체는 지난해 기준 9017개에서 4만411개로 늘어납니다.
 
현행 보조금법 27조 2항은 '보조금 또는 간접 보조금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인 사업자는 외부감사법에 따른 감사인으로부터 정산보고서의 적정성에 대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보조금법 시행령 12조의2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이란 해당 보조 사업 또는 간접 보조 사업에 대한 보조금 또는 간접보조금 총액 3억원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번 개정안은 총액을 1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이르면 일주일 후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곧 시행될 예정입니다. 시행령 개정 외에 보조금법 개정도 추진합니다. 이에 따라 회계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은 현행 10억원 이상의 보조사업자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낮출 계획입니다.
 
정부는 13일 열린 제24회 국무회의에서 보조금법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해 민간 보조 사업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 대상을 보조금 총액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확대했습니다. 사진은 윤석열 정부 1년 규탄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정부 안팎에서는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국고보조금 부정 수급 근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투명성 논란이 제기된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등에 대한 회계 견제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회계 투명성은 시민사회단체에도 필요하다. 누가 반대를 하겠나"라면서 "대의는 맞지만, 시민단체를 길들이기 위한 정부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다 보니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아울러 "보조금에 의존하면서 새로 검증 대상이 되는 시민단체들은 시행 전 준비 기간을 두는 것이 좋다"며 "외부 검증을 위한 비용도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재정일 수 있어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조금 기준이 3억원이든, 1억원이든, 1000만원이든 회계가 잘못됐으면 당연히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의 발언은 시민사회단체들은 위축시키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부분 단체에는 지금 그 기준을 강요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력과 능력, 자원의 측면에서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회계 처리에 미숙하지만, 회계 처리를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을 둘 형편이 못 되는 경우가 많다"며 "바로 그 때문에 회계 처리 과정에서 부정의 문제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회계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빈대를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며 "행정 단위에서 총괄적으로 회계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으면 범죄자만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때마침 "정부와 서울시에서 단 1원의 보조금도 지원받지 않고 있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보조금 부정 수급 반박 주장이 나오는 등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보조금 부정 수급 의혹과 관련해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날 전장연에 관한 사건을 서울경찰청에서 배당받아 검토하는 등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전장연과 소속 단체를 지난 8일 지방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습니다. 특위는 전장연 등이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시 보조금 약 1400억원을 받아 이 중 일부를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중증장애인을 동원하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4월까지 1만2000여개 민간 단체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지급된 보조금 총 6조8000억원에 대해 일제 감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총 1865건에서 314억원이 부정 사용됐다는 게 대통령실 집계입니다.
 
정부는 13일 열린 제24회 국무회의에서 보조금법 일부 개정령안을 의결해 민간 보조 사업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 대상을 보조금 총액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확대했습니다. 사진은 이날 국무회의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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