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5년부터 묶어놓은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에 대한 완화 방안을 이달 중 내놓을 계획입니다. 대주주가 소유할 수 있는 저축은행수 3개 제한을 일부 풀고, 영업구역을 넓히기 위한 합병 제한도 완화하는 내용인데요. 벌써부터 일부 저축은행들의 인수합병 얘기가 오르내립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1일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이르면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현행 규제에서는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고 다른 지역으로 영업구역을 넓히기 위한 합병 또한 금지되는데 이를 완화한다는 겁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친 이후 업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온 사안"이라며 "원대한 계획이라기보다 크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선택지를 열고 저축은행 건전성 개선을 위해 정부가 내딛는 첫 발 정도로 생각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지방 저축은행 구제'라는 목표와 달리 수도권 저축은행들이 매력적인 매물로 거론되는 부분에 대해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수도권 저축은행의 수익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방 저축은행은 지역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해 신시장 개척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금융기관마다 리스크 관리 전략은 다를 수 있고 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지방이 메리트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저축은행 M&A 규제 완화 소식에 벌써부터 잠재 인수 후보자까지 얘기되고 있습니다. 상위 20개 저축은행 중 1분기 유일하게 실적 개선을 이룬 OK저축은행이 강력한 M&A 시장 매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업계 1위인 SBI 저축은행을 따라잡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SBI저축은행은 부산·울산·경상을 제외한 전국 영업권 5곳에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서울·충청·전라 3권역만 갖고 있는 OK저축은행이 이를 따라잡기 위한 영업구역 확대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또한 OK금융그룹은 지난 2014년 OK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대부업을 완전 청산하기로 결정했고,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OK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목표로 사업 다각화 작업에 나설 예정인데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기 위해 지방 저축은행 인수 밑작업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옵니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OK금융그룹이 종합금융그룹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금융지주사가 M&A시장에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저축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라면 수도권에 눈독을 들일 수 있기 때문에 지방 저축은행을 함께 인수하도록 당국이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며 "2011년 저축은행 파산 사태 때 이런 식으로 금융지주들이 저축은행들을 떠안은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내주 저축은행 M&A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위치한 저축은행 앞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